日 언론 “납치문제 대응 韓日연대 무력화 우려”

▲ 지난 5월 중순 한국에서 만난 최계월씨와 시게루 씨가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

지난 1978년 북한에 납치된 김영남 씨와 어머니 최계월(82)씨의 6월 말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일본 언론들은 납치자 문제에 대응하는 한일간의 연대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18살 때 군산 선유도에서 납북됐던 김영남씨는 일본의 납치 피해자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橫田惠·당시 13세)의 남편으로 알려져 일본 언론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었다. 김씨와 가족들 간의 혈연관계를 확인하는 DNA 검사도 일본 측의 적극적 주선으로 이뤄졌었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김영남씨 가족이 5월 말 방일 당시 “북측의 허가가 있으면 우리는 가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던 반면 메구미 씨의 어머니 사키에(橫田滋·73) 씨는 “북쪽이 어떤 나라인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험한 상황”이라고 답해 북한에 대한 양국 가족들의 태도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 바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이 납치문제 대응에 대한 (이러한) 한일의 온도차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양국간의 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들이 일본으로 송환되기 전까지는 북한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반면, 한국 측은 이산가족상봉이라고 하는 민족 교류를 통해서라도 피해자와 가족의 면회를 실현시키려고 해왔다”며 “북한은 이 대응의 차이를 충분히 인식, 한일의 분단을 도모해 납치문제의 국제화를 막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

신문은 이어 이번 상봉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주도하는 납치 문제의 ‘대북 국제포위망’ 전략에 찬물을 끼얹는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 일본과의 입장 차 강조

“김씨의 존재가 알려진 것 자체가 아베 장관이 DNA 감정을 주도한 결과였지만, 북한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향후의 전개를 주시하면서, 주요국 정상회의 등의 장소를 활용해 ‘지금처럼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한국의 통일부는 김영남 가족의 상봉은 인도주의에 입각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기본적 입장 위에 나오게 된 결과라고 발표했다”며 “이는 납치를 정치문제로 파악하는 일본측과의 입장 차이를 지적하고 있어, 납치 문제 해결을 향한 한일의 협조는 어렵다는 생각을 드러냈다”고 8일 보도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김영남 가족이 8일 기자회견에서 “요코타 씨 부부가 희망한다면 함께 북한 방문하고 싶다”라고 말한 데 대해, 메구미 씨의 아버지 시게루(橫田滋·73) 씨가 “우리는 (북한 방문을) 주위와 상담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한일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 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산케이(産經) 신문도 “지금까지 한국인 납치 문제를 전면 부정하며 김씨의 존재도 인정해 오지 않았던 북한이 이 시기에 상봉을 인정한 것은 한일 피해자 가족이나 지원 단체의 협력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북한에게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북한으로서는 한국측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음으로써 한일간 연대를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 ‘연락회’와 ‘구하는 회’는 “이번 발표는 고교생을 납치했다는 북한 공작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점을 북한이 사실상 인정한 결과”라며 “북한 당국의 감시 하에서 몇 사람이 재회한다고 해서 납치자 문제 해결과는 연결되지 않으며, 북한은 모든 납치 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 전원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성명을 8일 발표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