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싸늘한 반응 “납치자 문제 ‘지렛대’ 사라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공식 발표된 가운데 일본에서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수단이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테리지원국 지정 해제 발표에 앞서 일본 아소 다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북한에 대해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도 일본과 외교라인을 통해 미국의 대북테러지원국 해제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의 동의를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 내 고위 관료를 비롯한 납치피해자 단체와 언론 등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일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나카가와 쇼이치 일본 재무상 겸 금융상은 11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미국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나카가와 재무상은 “미국이 일본과 사전에 이 문제를 논의했는지 의심스럽다”며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테러 행위나 마찬가지로 요코다 메구미의 가족들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도 이날 미국의 해제조치로 일본의 유력한 대북 압박 수단이 사라진데 대해 “(일본 정부로서) 납치문제가 방치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어 6자회담에서 확실하게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와무라 장관은 그러면서 “납치문제에 관한 (일본의) 정책은 일보도 후퇴가 있을 수 없다. 권한을 가진 조사위원회를 하루빨리 발족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며 북한이 지난 8월 중순 북일 실무자협의에서 했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이이즈카 시게오 대표는 “미국에 해제하지 말라고 간청을 했는데 실로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미국)에 부탁하지 말고 확실한 태도를 구체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일제히 미국의 대북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로서는 이번 해제로 인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납치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해제 조치를 내린 것은 미국 정부가 납치문제를 북핵문제와 분리했음을 의미한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일본으로서는 앞으로 6자회담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한편 독자적인 경제제재 카드로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그러나 “그런 전술이 어디까지 통할 지 미지수”라고 비관했다.

한편, 일본 내 북한전문가로 알려진 이영화 간사이대학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납치자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가지의 지렛대가 없어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것을 기회로 일본정부는 북한과 단독으로 납치자문제를 협상 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이 2002년 고이즈미 전 수상 이후 납치자 문제를 단 한 건도 해결하지 못한 것은 당시 부시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들어 나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로 “이제 북한은 마음 놓고 일본과 단독으로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동시 핵사찰문제를 요구하면서 연장선으로 일본 주둔 미군의 핵에 대해서도 사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북핵문제도 복잡해질 수 있고 일본과의 관계도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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