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현 주일대사는 23일 ‘납치문제와 북핵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 “북핵과 납치문제를 연계해 동시 해결돼야 한다는 자세에서는 벗어나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 대사는 이날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일정상회담 당시)이명박 대통령이 납치문제에 대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의견을 이해, 지지한다는 것은 인권적 차원에서 이해한다는 것이었지 북핵과 연계한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후쿠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한일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인 납치, 핵, 미사일 등의 제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대사는 또 ‘납치문제 해결 전에는 북핵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입장에 대해 “약간의 진전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일본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원하는 등 국제지도자로서 모습도 가지고 싶어하니 끝까지 외면하지 못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일관계와 관련, 권 대사는 “대일 무역적자 폭도 줄어들고 그러면 우리의 상처도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미래에 가시적 결과가 보이기 시작하면 국민들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미래가 좋아지면 과거의 잘못된 것도 어느 정도 용서할 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독도영유권∙교과서왜곡∙정신대 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일본과의 민감한 역사문제에 대해 “드러내기 보다는 가슴에 묻고 국익에 맞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한일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어 권 대사는 “단, 잊지는 않겠다. 없었던 것처럼 하지 않겠다. 굴욕적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쪽에서는 (과거사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실질적으로 국익에 맞는 길로 가는 두 가지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겸 간사장을 맡았다가 지난 15일 부임한 권 대사는 대일외교의 어려운 점에 대해 ▲아무리 잘해도 국내 여론이 뒤집히면 한꺼번에 무너지고 ▲미국과 동북아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많아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하며 ▲일본 내에 다양한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