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일관계 진전 가능성 주목

일본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한과 일본 양국 정부간 공식 실무자 협의에 대해 장기 교착상태를 벗지 못했던 관계를 한발 진전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주목하고 있다.

양국간 공식 대화로는 작년 9월 몽골에서 열린 6자회담 북일국교정상화 실무그룹 2차 회의 이후 9개월만에 재개된 이번 협의에서는 최대 난제인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 대표로 참석했던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13일 오후 귀국하는대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보고한 뒤 상황 판단과 평가 과정을 거쳐 향후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3일 저녁 납치피해자 가족들에게도 이번 협의 결과를 보고한다.

이번 실무 협의 결과에 대해 사이키 국장은 12일 회담이 종료된 뒤 기자들에게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납치문제를 포함해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숙한 얘기가 오갔다. 쌍방이 양국 관계의 진전이라는 기본인식에서 일치한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파리를 방문중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도 수행기자단에게 “진지한 논의가 있었으며 그 중에는 건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협의에서는 북한이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이 끝난 사안”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사이키 국장의 이같은 설명이나 북한이 종전 주장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북한이 납치문제에 관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방침 전환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납치문제는 기결사안’이라고 강력히 주장해온 북한의 방침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납치문제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걸림돌이 되지않도록 하기위해 북한이 모종의 제안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여건 조성에 있기 때문에 이번 협의의 결과만으로는 진전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보도도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북한이 작년 몽골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종전 주장을 하지 않았으나 이후 다른 기회에 “해결이 끝난 사안”이라는 인식을 다시 표명한 바 있다는 점을 들며 이번에도 진전된 자세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 해결 요건과 관련, 작년 3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의 국회 답변을 통해 ▲피해자와 가족 전원의 안전확보와 조기 귀국 ▲진상규명 ▲납치실행범 인도 등을 제시했다.

또한 ‘진전’에 대한 정의로는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북 쌍방의 공통인식이 있으며 그 전제로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정의에 따라 이번 베이징 협의에서 논의됐던 내용과 북한측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번 협의 결과를 진전으로 평가할 경우 지난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 이후 내려진 경제제재 조치 등의 완화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고무라 외상은 이와 관련, “북한이 한 걸음 내디디면 우리도 한 걸음 내딛는다”며 납치문제의 진전에 맞춰 제재조치 완화 등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총 17명을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8명은 사망했고 5명은 생존해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송환했으며 나머지 4명은 입국한 적이 없다면서 “해결이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에 대해 생존을 전제로 전원 송환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해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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