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문 김현희에게 무슨 말을 더 들을까?

지난 6월 2일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의 쓴 잔을 마셨던 것처럼 1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이 대패했다.


한일 모두 여당의 선거 패배로 인해 정국 불안정이 불가피 해보인다. 일본의 경우 외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헛갈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주 총리가 교체되고 있다. 그만큼 일본 정치에 대한 신뢰도 낮아진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가 향후 일본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일본 내 대북전문가들과 NGO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의 대북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번 선거 기간동안 ‘북한 문제’가 전혀 이슈화되지 못했다. 일본에서 북한 문제의 핵심은 일본인 납치 문제다. 그러나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최대 쟁점은 ‘부가세 증세’나 ‘재정 확충’ 등 경제 현안이었고, ‘납치 문제’는 쟁점은 커녕 공개적인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북한 이슈 ‘실종’ 현상은 대북정책에 대한 여-야간 대립축이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경우 개별 의원마다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 차원에서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경제제재 등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민당도 과거 여당 시절부터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노선을 지키고 있다. 결국 납치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과 자민당은 초록동색(草綠同色) 사이다. 


비교적 다른 당들보다 납치 문제를 강조했던 ‘일어나라 일본(자민당 탈당파 의원들이 창당한 보수신당)’이 의석을 많이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볼 때도 더 이상 납치 문제가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당간 의견 대립도 없고, 국민 여론도 일치되어 있는 납치 문제가 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것일까?


우선 자민당이나 민주당 모두 ‘경제 제재’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데 이유가 있다.


마치 ‘만병통치약’ 같이 취급되는 경제재재 조치는 구호만 요란했을 뿐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현 시점에서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경제제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 어떤 정치인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현 민주당 정권은 ‘납치 문제’에 대한 비전 제시 보다 ‘납치 문제’ 해결 노력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에만 주력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는 20일 KAL기 테러범 김현희 씨의 일본 방문이다. 


김 씨의 입에서 납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증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소박하다 못해 한숨이 나오게 하는 수준이다. 전향한 지 20년도 더 지난 김 씨를 초청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더 듣자는 것인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납치 문제에 대한 여론 환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의 죄를 반성한 전(前) 북한 공작원과 납치 피해자들과의 만남은 소위 ‘그림이 되는 스토리’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에서조차 외면당한 납치 문제가 김 씨의 방일로 여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납치문제 해결 의지를 이러한 정치적 퍼포먼스로 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은 민주당 정권 뿐 아니라 일본의 대북정책 한계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행사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변명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납치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지 퍼포먼스를 통한 ‘볼거리 제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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