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이끄는 일본 민주당이 8·3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온 자민당과 비교해 민주당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앞세우면서도 그 바탕은 보수성을 대변하고 있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전 국민이 강경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조건에서 북일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민당에 비해 유연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일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도호쿠대 법학부 김숙현 준교수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 북한 핵보유를 절대 반대하고, 특히 납치문제는 일본에 대한 주권침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다루면서 국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한다는 방침”이라며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긴 하겠으나, 기본적인 정책이나 입장은 자민당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 23일 여야대표 토론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조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우리로서도 강력한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대응책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오바마 행정부 대북 접근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 공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 대해 유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게도 정권교체를 계기로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이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취해올 경우 일본 민주당도 수교 문제 등을 의제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북일 간에는 2008년 8월 후쿠다 정부 때 중국 선양에서 국교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갖고 납치문제 재조사에 합의한 이후 공식적인 대화는 끊겨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자민당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김정일은 ‘평양선언’을 통해 ‘납치자는 한명도 없다’는 종전 입장을 뒤엎고 이에 대해 사과를 했으며 납치 생존자 8명 중 5명을 송환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일본의 북한전문가인 이영화 간사이(關西)대 경제학과 교수는 “북한은 자민당 보수 정권보다 대북온건정책을 펴는 민주당을 지원하기 위해 납치자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은) 대북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자민당을 견제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민주당 외교의 ‘성공’이라는 분위기를 일본 내에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은 납치자 문제를 일부 해결해줌으로써 일본의 대북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대북지원을 챙기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공언하고 있지만 올해 식량 생산 저하와 심각한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일본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은 일본의 인도적 지원, 과거사 보상 문제 등을 민주당에서 해결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자회담 2·13합의 내용 중 북한의 불능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에너지 지원의 일본측 할당분도 챙기려 할 것이다. 일본은 납치자문제 미해결을 이유로 중유 20만t 상당의 에너지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향후 북일관계에 따라 북한은 올해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에 따른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조치에 대해서도 철회를 요구해 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도 주일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납치문제, 핵, 미사일 문제는 6자회담 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대북제재도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와 타협을 하기 위한 제재”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대북정책으로서 제재정책과 더불어 북한과 대화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북한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정리하지 않거나 일정한 대북정책의 방향을 세우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긴 어렵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