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은 11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실무회의와 관련, ‘행동 대(對) 행동’ 원칙을 강조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고무라 외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상대방이 크게 한발 내디뎌 구체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 쪽도 크게 내딛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상대의 행동이 작으면 우리도 작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피해자가 곧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는 가질 수 없다. 뭔가의 진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실무회의는 지난해 9월 몽골에서 열린 6자회담 일북 국교정상화 실무회의 제2차 회의에 이어 9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양국 간 공식 대화다. 특히 미국 측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 일본인 납치문제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회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납치문제와 함께 ‘과거 청산’ 등의 현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관계 소식통을 인용, 북한 측이 이번 협의에서 일본항공 여객기인 ‘요도호’ 납치범의 인도 등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요도호 납치범 문제를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이유의 하나로 삼았기 때문에 이번 협의에서 이 문제의 진전을 통해 미일 양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북한이 요도호 납치범 카드를 통해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 완화와 인도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 납치문제에 대한 추궁을 누그러뜨릴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는 요도호 납치범 송환을 납치문제의 진전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번 실무회의에서 “우선 (대북)대결정책 시정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를 전제로 쌍방의 관심사항을 진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1일 전망했다.
이 매체는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이 “이번 실무회담과 관련해 일본 측의 태도를 지켜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6자회담 10.3합의 이행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시점에서 열린 이번 실무회담에는 국제정세 발전의 흐름 속에서 상반된 외교적 행보를 보이는 조(북).일 두 나라의 위상이 현저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조선과 미국은 10.3합의 이행의 완결을 위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납치문제를 구실 삼아 미국의 대조선 공약 이행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일본은 외교적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북일 공식 실무자 협의에는 일본 측에서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한에서는 송일호 조일국교정상화 교섭 담당대사가 각각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