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김영남 모자상봉 주선에 ‘납치 끝내기’ 우려

일본 정부는 8일 북한측이 납북된 고교생 김영남 씨의 모자 상봉을 주선하겠다고 밝히자 상봉을 계기로 사실상 ’납치 문제’를 일단락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며 양국이 정보를 교환, 연대하고 싶다”며 신중론을 펴면서도 “일본도 납치문제에 관한 협상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측과 피해자 가족에게 전할 수 있다”며 ’한.일 공조’를 강조했다.

이러한 대응의 배경은 북한이 김영남씨 모자 상봉을 통해 일본이 원하는 납치문제에 관한 ’한.일 공조’를 흔들고, 나아가서는 이들의 상봉으로 납치문제가 종료됐다고 거듭 선언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은 북한이 납치문제를 끝내기 위해 한국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읽힌다고 주장했다.

일본측으로서는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 납치문제를 맡고 있던 관계자들은 김 씨의 모친인 최계월 씨가 언론과의 회견에서 거듭 “북한에 가 아들을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는데 ’마음앓이’를 해왔다. 제2의 ’데라코시 사건’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납치피해자인 일본인 데라코시 다케시(寺越武志.56) 씨가 귀환하지 않은 채 그의 모친이 수차례 평양을 오갔던 ’데라코시 사건’이 과거 납치문제의 대처에 있어 최대 실패작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김영남씨 모친이 북한에서 아들과 상봉하거나, 혹시 북한에 가서 살게 되면 일본 정부로서는 일본인 납치피해자이자 김씨와 결혼한 요코다 메구미 씨의 문제를 추궁할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씨 모자의 상봉으로 메구미가 ’사망’했다는 북한측의 주장이 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을 일본 당국은 가장 경계하고 있다.

또 일본 안에서도 “납치문제가 인권문제인 만큼 메구미의 부모도 북한에 가서 손녀(메구미의 딸)를 만나고 딸의 사망 여부를 직접 확인하라”는 여론이 일 것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인들 사이에는 납치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인권문제’로 위치시켜 메구미 부모의 방북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다만 워낙 예민한 사안이어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요코다 메구미의 부친 시게루(73) 씨는 최계월 씨가 그간 북한행을 희망했을 때 “북한의 속셈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소식을 들은 뒤에는 “이러쿵 저러쿵 말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북한측이 최씨 등을 통해 “만약 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지금까지의 북한 주장과 같은 것으로 여기겠다”며 딸의 ’사망’이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을 견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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