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에 당혹

일본 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약속했다는 북한측 발표에 대해 자국인 납치문제의 향방과 관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실 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최근 북미관계의 급진전으로 그동안 대(對)북한 관계에서 가장 우선시해온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 가능성이 멀어지는 등 6자회담에서 더욱 고립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에서 북미관계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왔다.

그런 가운데 나온 이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는 일본 정부로서는 예기치못했던 상황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에 대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시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을 꼭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히 강조해왔고 미국도 이 점을 고려하겠다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측 발표에 대해 일단은 “연내 핵 불능화를 전제로 한 장래의 문제”(외무성 간부)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가 당장 이뤄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일본 언론들이 4일 전했다.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일본을 내팽개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도 “미일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미북 관계를 진전시키지는 않는다는 미국측의 연락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미국내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측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한편으로 5일부터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북한측의 대응을 주목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북미 관계의 진전이 북일 실무회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일본은 실무회의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과거 청산 문제를 첫날 다루고 다음날 납치문제를 다루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북일 실무회의 일본측 대표인 미네 요시키(美根慶樹) 일조국교정상화 담당 대사는 3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관계 진전에 대해 “미국은 일조 실무회의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 북한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미네 대사는 북일 실무회의에 대해서는 “납치문제를 포함한 제반 현안을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실현시키는 것이 큰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상호불신을 제거, 일조관계를 진전시키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납치문제에 관해서는 “모든 생존자의 귀국, 진상규명, 용의자 인도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과거 청산 문제에 대해서는 “청구권은 상호 포기하고 일괄해서 경제협력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일조 정상끼리 합의한 바 있다. 이것이 기본이다”며 2002년 9월의 평양선언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