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자 “김정일 2003년 사망…가케무샤가 활동” 주장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63) 일본 와세다 대 국제교양학부 교수가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를 통해 김정일이 지난 2003년 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30년간 마이니치 신문의 기자생활을 했던 시게무라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며 발간한 ‘김정일의 진실’이란 책을 통해 “김정일은 2000년부터 지병이었던 당뇨병이 악화되어 휠체어 생활을 했고, 2003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고 일본의 ‘주간현대(週刊現代)’가 최신호(8월 23~30일 호)를 통해 전했다.

시게무라 교수는 “그 후에는 가케무샤(影武者·대역)가 김정일을 대신해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10명 내외의 북한 최고 간부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현재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오극렬 작전부장,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장성택 행정부장 등 4명의 ‘집단지도체제’로 북한 체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일 일가와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뒤, 2003년 북한의 사망 당시 북한 내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2004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방북 했을 당시 회담 시간이 불과 90여분에 그쳤다는 점, 2006년의 방중 목적도 마카오에 동결된 2천5백만 달러를 회수하기 위했다는 점,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두 사람이 단순히 만난 것에 그쳤다는 점 등을 들었다.

시게무라 교수는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망 시점이라고 생각된 2003년 가을(9월 9일부터 10월 20일까지) 41일간 김정일의 동정이 사라진 것”이라며 “그 후 2004년 1월 19일까지 약 3개월간 일시가 불분명한 보도만 계속해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북한 상공에 매일 2기의 정찰 위성을 보내 김정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왔다”며, 그러나 “2006년 봄에 촬영한 김정일의 사진을 분석한 바 신장이 2.5cm 자라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김정일 사망설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외에도 몇 년 전에 첩보당국에 의해 도청된 베이징에 있던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과 평양의 김경희(김정일 여동생)의 전화 통화 내용 중 “‘저놈’은 장군님의 지시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우리 가족을 소홀히 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여기에서 ‘저놈’은 김정일의 가케무샤를 가르키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재자들은 가케무샤를 두고 있다”며 “김정일이 가케무샤를 둔 이유도 암살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게무라 교수는 “김정일이 2003년 가을에 타계했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은 아직도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독재자의 죽음과 함께 북한도 붕괴의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부터 북한의 국민들은 김정일이 모습을 본적이 없으며, 김정일은 1년에 몇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해외의 수뇌들과 악수를 나누고 퍼레이드에서 손을 흔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김정일 사망설’을 일축했다.

1971년 마이니치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시게무라 교수는 1980년대 서울 특파원을 지냈고, 이후 워싱턴 특파원을 거치며 한반도 전문기자가 됐다. 이후 마이니치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까지 와세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인은 왜 일본인을 싫어하나’(1987), ‘한국보다 중요한 나라는 없다’(1998), ‘한반도의 핵외교’(2006)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