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북핵 변수될까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일본 총선의 결과가 교착상태인 북핵 사태의 흐름에 변수로 떠오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7일 현재 일본 언론을 통해 드러난 판세를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전체 480석의 중의원 의석 가운데 300석 안팎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이는 54년 자민당 집권의 마감이라는 국내정치적 의미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지형의 변화라는 중요한 외교적 함의를 지닌다.

반세기가 넘도록 일본 정치를 지배해온 보수세력이 진보성향의 정권에 ’바통’을 넘겨줌으로써 대외정책 기조에 일정한 궤도수정이 예상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통적 대응방식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일본의 새 정권이 북핵 이슈에 대해 어떤 대응기조와 접근방식을 택하느냐가 향후 북핵사태의 전개와 맞물려 핵심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선거전에서 쏟아져 나온 공약성 발언들로 보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일본의 대북접근 태도가 현 자민당 정권에 비해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23일 후지TV 주최로 열린 여야대표 토론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조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러나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우리로서도 강력한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대응책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압박노선에 확실한 무게를 실었던 자민당과는 달리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되 대화 쪽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일간 고위급 특사교환이 이뤄지면서 수교 움직임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다소 앞선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주목되는 점은 일본 총선결과에 대한 북한측의 대응이다. 국제사회의 제재공조로 코너에 내몰린 북한으로서는 일본에 진보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경우 제재흐름을 완화하고 북.미간 대화국면을 조성하는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관측통은 28일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에는 보수적인 일본과 한국 정부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돼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일본의 정권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정치 환경이 유리해진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서는 최근의 평화공세 흐름을 대(對) 일본으로까지 확산시키며 제재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자대화 또는 북.미.중 대화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6자회담의 틀에 조기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총선결과가 북.일관계에 단기적 유화무드를 조성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북핵 사태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보인다.

당장 내치가 급한 점이 새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내 계파와 이념노선상의 갈등을 봉합하고 향후 정책기조 설정과 정부개편 과정에서 개혁적 선명성을 내세우는게 급선무라는 관측에서다.

한 당국자는 “적어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때까지는 외교에 눈돌릴 겨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힘의 질서’라는 외교적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미.일 동맹을 토대로 북핵 문제에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이 앞장서서 판을 흔드는 ’개별행동’을 취하기 보다는 결국 제재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한국과 보폭을 맞추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선거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르다”며 “일본 정권의 교체가 북핵 사태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심적 변수는 못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