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14일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소 총리는 이날 일본 중의원 납치 문제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우리는 이전부터 일본인 납치문제를 포함한 북일 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계획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며 “그러한 입장에 변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북한에 있는 납치 피해자들을 모두 본국으로 생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 회견에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일본이 대북 경제 지원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면서, 하지만 “납치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대북 지원에 응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5일 내각 회의를 열어 납치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아소 총리와 가와무라 장관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지난 11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뒤 일본 정부에 대한 일본 내 언론과 납치자 가족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따른 조치다.
전날 아소 총리가 미북간 합의 내용을 두고 “일본인 납치 문제 또한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다. 수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가와무라 장관도 “미국의 조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그 과정에서 납치 문제가 소외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실제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 외교의 패배”라고 했고, 니혼게이자이는 “미·일 동맹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불신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은 “일본은 모기장의 바깥에 있는 것처럼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은 납치문제를 이유로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협조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북합의에 따라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전격적으로 나서면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미·일간 공동 의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비춰졌다. 아소 총리의 정치·외교적 부담이 커진 것이다.
지난 2002년 북한 당국이 일본인 13명을 납치한 사실을 시인한 뒤 납치 문제는 일본의 대북 정책에서 최우선순위를 차지해왔다. 북한은 납치 피해자 중 생존자가 5명뿐이라며 5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으나, 일본은 나머지 8명 역시 살아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