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무시한 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경우 미·일 관계에 위기(crisis)가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지타운대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교수는 28일(현지시각) RFA와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가 일본인 납치문제를 잘 못 다룰 경우 미·일 관계에 손상을 주는 것은 물론 오는 11월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선거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린 교수는 “북한이 일부 일본인 납치자 생존을 확인해 주는 것은 과거 김정일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납치자의 경우는 스파이로 훈련시켰을 가능성도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이들이 (북한에 내부사정에 대해) 너무도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일본에 돌려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이게 해결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 전 총리와 후쿠다 현 총리에게 해결 의지를 밝힌 만큼 백악관은 이 문제를 북핵 협상에서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현 단계에서 완전히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진전’(progress)을 이룰 가능성은 아주 많다”고 전망했다.
그린 교수는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공개적으로 무시해왔고, 힐 차관보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적으론 북한에 대해 성의조치를 촉구했다”며 “미국은 지금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분명히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이는 미일 동맹의 신뢰 회복은 물론 의회와의 신뢰를 위해서도 아주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납치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는 일본인 납치자 가족들의 강력한 로비를 받아온 미국 의회 쪽이 특히 강하다”며 “최근 하원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해제 조건을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실례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측이 내놓을 내용에 대해 일본인 대다수가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가시적이어야 한다”며 “이를테면 일부 납치 생존자의 송환이나 사망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증거, 또 납치문제 협상에 대한 북한의 흔들리지 않은 약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28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베이징 2차 회동에서 북측에게 “미국은 일.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북한 측에 수차례 강조하며, 납치 문제 해결이 북일 관계 개선의 관건이란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도 힐 차관보의 요구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회동이 끝난 후 특별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