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 제네바서 미국 전문가들과 접촉할 예정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한 가운데, 정부는 이와 관련 “(최선희가) 유럽 지역에서 미국 측 민간 전문가들과 트랙2(민간채널) 차원의 접촉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최선희의 베이징 경유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 “누차 언급해드린 바와 같이 북미 간 트랙2 대화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미 정부와는 무관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이러한 트랙2 회의는 과거에도 늘 있어온 것으로써 이번 회의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사항은 아니다”면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미측 인사들도 이전부터 유사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섣부른 대화 거론 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당선자 측 외교·안보 인사들과도 그간 활발한 접촉을 통해서 강력한 대북제재 압박을 지속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북미 간 트랙2 회의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최선희의 이번 제네바 방문은 트럼프 당선 후 첫 북미 간 민간 접촉이란 점에서 향후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눈길을 끈다.
가장 최근 있었던 북미 간 민간 접촉은 지난달 21,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차기 미 정부가 다룰 대북 이슈를 논의했던 경우다. 당시 미국 내에서도 ‘대화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갈루치 전(前) 국무부 북핵특사나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이 자리에 참석해 주목됐으나, 우리 정부는 북미 간 민간 차원의 접촉은 미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행정부 교체를 앞두고 이뤄진 북미 간 민간 접촉이 적어도 트럼프 또는 힐러리 당시 후보 캠프 측에 전달, 이들의 대북 노선에 일정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과의 대화 및 협상 가능성을 지속 시사해온 바 있어, 이번 최선희의 발 빠른 행보를 마냥 ‘민간 차원’이란 평가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교도통신은 앞서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최선희의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통신은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최선희가 제네바에서 미국 연구원들과 비공식 대화를 하고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통신은 기자들이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최선희에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자 “정책이 어떨지가 기본”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최선희는 그간 북한 외무성 미 부국장 및 북핵 6자회담 북한 측 차석대표로 활동해온 인물로, 지난달 전임 미 국장이던 한성렬이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함에 따라 후임 자리를 맡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