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당권파, 속는 셈 치고 舊당권파 제안 수락했지만…

통합진보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지만 구당권파 측의 반발로 제명안 처리를 26일로 또 연기했다. 통진당은 원내구성 후 세 차례 의총을 열고 두 의원의 제명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구당권파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논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2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다음 의총에서 두 의원의 제명안을 결정하자는 구당권파의 제안에 “속는 셈치고 뜻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25일 예정된 중앙위원회 이후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명안을 처리하자는 구당권파의 요구를 신당권파가 다시 받아들인 것이다. 이·김 의원을 비롯한 구당권파 의원은 26일 의총에 전원 참석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구당권파가 25일 열리는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총사퇴안과 비례대표 경선을 부정·부실 1, 2차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시키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구당권파는 중앙위원 86명 가운데 46명을 구당권파로 분류, 수적 우세를 장담하고 있다. 때문에 구당권파의 ‘꼼수’에 신당권파가 또 ‘속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법에 따라 현역 두 의원의 제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 13명 중 7명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신당권파 5명, 구당권파 6명, 중립 2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구당권파 추천으로 비례대표로 당선된 중립의 김제남 의원이 구당권파 쪽으로 기우는 양상을 보이면서 구당권파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0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 의원과 15일 선출된 강기갑 대표는 두 의원의 제명에 대해 “의총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구당권파의 반발로 두 의원의 제명뿐 아니라 당 혁신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당권파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내놓은 ‘당내 패권주의’ ‘북한문제’ ‘주한미군 문제’ 등의 혁신안에 대해 구당권파가 수적 우세를 내세우며 끝까지 반대할 경우 혁신안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두 의원의 제명도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당권파의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NK에 “신당권파가 의총 정족수에서 과반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통진당은 ‘당 대표가 누구냐’도 중요하지만, 중앙위원과 대의원 분포가 중요하다”면서 “현재 중앙위원과 대의원은 구당권파가 우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이 구당권파의 영향력에서 못 벗어나고 있고 중앙위원과 대의원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는 일정정도 한계가 있다”며 “신당권파가 내건 당 혁신안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