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갈 목적으로 탈북을 시도한 평양 예술인 2명이 지난달 공개재판을 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내부 소식통이 31일 알려왔다.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1월 초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탈북을 시도한 예술단 소속 20, 30대 여성 예술인 2명에 대한 공개재판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예술인들의 소속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식통은 “평양시에서 군중들이 모인 5월1일 경기장에서 그들은 수갑을 찬 채로 보안원들의 호위 하에 끌려 나왔고, 재판 석에 얼굴도 못 들고 서 있었다”면서 “재판소장이 마이크로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5.1 경기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평양 시민들 앞에서 육성으로 “평양시민 여러분, 북녘의 동포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연설을 한 곳이다. 이 연설이 있은 지 2개월 후에 평양의 젊은 예술인 두 명이 한류를 동경해 탈북한 죄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재판을 받은 두 예술인은 올해 초 탈북 준비를 위해 국경 도시에 출입한 것이 평양시 보위부에 포착돼 밀착 감시 대상이 됐고, 지난 9월 경 탈북하기 위해 평양을 빠져나가 국경도시에 들어갔다가 체포됐다.
북한은 수도 보위 차원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국경 지역을 방문하는 평양 시민에 대해서는 집중 감시 대상이 된다.
이들은 보위부 수사 과정에서 외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봤고, 특히 한국 가수들의 노래(k-pop)에 심취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은 먼저 탈북해 한국으로 간 친구가 남한에서 가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한국에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여성 예술인 2명은 케이팝과 댄스를 몰래 보고 따라한 사실이 공개되고, 재판부는 이들을 향해 ‘자본주의 퇴폐 문화를 흉내내고 퍼뜨리다 끝내 조국을 배반한 인간추물들’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k-pop과 댄스, 드라마는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케이팝 경연대회가 개최되고 일부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올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세 차례 정상회담이 개최됐지만 유독 북한 정권은 한류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단속과 처벌을 벌이고 있다.
소식통은 “이 여성들은 청진에 있는 수성교화소로 끌려갔다고 들었다”면서 “이 예술인 사건은 평양에서 유명해져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을 공포스럽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수성교화소는 주로 10년 이상의 장기 수감자나 중범죄자들이 주로 수감되며, 인근에 여군 고사총부대가 있어 남성들은 그 근방에 거의 출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육성 연설이 평양 시민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특히 한국 문화를 자유롭게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을 동경하는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북한 당국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