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길들이기’ 나선 北, 남북관계 주도권 어디로?

진행 : 문재인 정부가 민간단체들의 대북 접촉 신청을 잇달아 승인하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정작 북한은 우리 측 단체의 방북을 거부하며 차가운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가영 기자, 그간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해온 북한이 정작 한국 정부의 교류 제의에 선뜻 화답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내에서 남북교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북한으로선 문재인 정부에게 제재와 대화 중의 양자택일을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5일 대북 인도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보낸 팩스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방북을 불허한다고 밝힌 바 있죠.

더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자면, 결국 남한의 새 정부를 길들여보겠다는 북한의 셈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방향키를 남한에 넘기지 않고 자신들이 틀어쥐겠다는 속셈인 건데요. 통일부 관계자도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보였던 전형적인 ‘길들이기’ 시도라고 풀이했습니다.

진행 :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남북교류는 어떤 건가요?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6일 주장한 내용을 보면 북한의 노림수를 알 수 있는데요. 신문은 이날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를 허용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는 없다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남북관계 개선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도지원 단체의 방북은 단번에 거절했던 반면, 정치성을 띄고 있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지키라고 오히려 종용하는 모습이죠.

결국 북한은 기존에 있었던 남북 간 합의들을 지키고, 제재 이전의 교류·협력 체제로 돌아가자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까지 북한이 주장해왔던 교류·협력 내용만 보더라도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제재의 틀을 벗어나 통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즉 북한은 당국 입장에서 얻을 게 별로 없는 인도지원과 같은 것보다는 제재 완화를 노려볼 수 있는 정치적 교류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진행 : 한국 정부로서도 북한의 냉랭한 반응에 적잖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정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주장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통일부 이덕행 대변인도 민간교류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관련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 최근에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 방북 등을 좀 보류를 했는데요. 민간교류 추진이라든지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들의 방북 추진 등에 대해서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합니다.

진행 : 그럼 6·15 남북 공동행사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까요? 남북 간에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 네, 북한은 남북 공동행사를 평양에서 개최하자는 뜻을 밝혀왔고, 이에 6·15공동선언 남측위가 지난 5일 북한의 입장을 수용한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에서 아직까지 초청장은 물론 이렇다 할 답장조차 보내지 않은 상태인데요. 방북을 위해선 통상 7일 전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요청해야 하고, 북한에서 온 초청장이나 신변안전보장 서류들도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는 것이죠. 6·15까지 일주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공동행사 개최는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북한이 어떤 입장 표명을 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역시 공동행사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남한의 대북제재 동참 등을 이유로 들어 책임을 돌리려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6·15남측위는 내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의 협의 결과 및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진행 : 그렇군요. 다만 현재까지 북한의 대응으로 봐서는 남북관계 복원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기자 : 네, 아무래도 당분간은 남북관계 주도권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권의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설명 들어보시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가 남북관계를 압도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서 어느 정도의 해법이 모색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건 어렵죠. 특히 경협 문제에서의 정상화는 북핵 문제가 전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순수한 인도적 지원, 순수한 민간교류에서는 유연성을 보일 수 있지만, 지금 현안인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5·24 조치 해제 부분은 북핵 문제와 연동해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진행 :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을 줄곧 남한에 넘겨왔던 북한이, 정작 남한의 교류 제의에 싸늘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참 모순적이네요. 북한이 이 같은 길들이기 전략을 쓰는 게 자신들에게도 유리하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주요 대북기조로 내걸고 출범한 만큼, 북한으로서도 이 기회를 틈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어 남북관계 주도권을 잡고자 할 것입니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남한 정부가 움직일 것이란 기대는 가히 망상에 가깝죠.

결국 남한이 먼저 내민 남북교류 제의를 북한이 길들이기 전략이랍시고 싸늘하게 져버리는 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히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양국 수장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북한이 남북관계 주도권 욕심으로 이 기회를 놓치면 결국 제재 탈피라는 목표에서는 더욱 멀어지는 결과만 초래될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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