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동혁병장 母 “자식이 죽던 날 나도 죽었다”

▲ 제2연평해전 전사자 가족은 13일 진해에서 흉상 제막식 참석에 앞서 ‘데일리엔케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NK

6·25전쟁 이후 남북간 최대 전투로 기억되는 제2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은 북한의 기습으로 전사 6명, 부상 18명에 고속정 참수리 357호가 침몰했고, 북측은 우리의 반격에 의해 3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함정 1척이 반파됐다.

북한의 기습도발을 온 몸으로 막아선 위대한 전투였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윤영하 소령,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인의 전사자를 기억하지 않았다. 월드컵 4강을 이유로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에게 2급훈장이 주어지고, 미군 장갑차에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서울 한복판을 뒤덮을 때도 가족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그로부터 6년 후, 모처럼 6인 전사자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1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전사자 6인 흉상 제막식을 맞아 해군본부가 이들을 해군회관으로 초대한 것. 이 자리에는 제2연평해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실망해 2005년 4월 미국으로 떠났다가 3년 만에 귀국한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 씨도 함께 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서해교전으로 부르며 그 의미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2연평해전’이라는 ‘승전(勝戰)’으로서의 평가를 받게 됐고, 전사자 추모제는 정부가 공식 주관하게 됐다. 해군은 6인의 전사자에 대한 흉상을 제작해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교육사령부에 안치했다.

데일리엔케이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6인의 흉상 제막식을 위해 12일 해군본부에 모인 유가족들에게 당시 상황과 유가족들이 겪었던 심정을 들어봤다. 유가족들은 새 정부와 우리 국민들에게 ‘진실과 명예회복’을 부탁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유가족들이 그동안 어떻게 생활했는지 궁금하다

▲이경진(박동혁 병장 어머니)= “자식이 죽는 날 부모인 나도 죽었다. 6년 동안 좋은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왜 사는지는 모르고 산다. 못 죽어서 살고 있다. 그 때부터 불면증에 시달려 지금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

▲박동민(박동혁 병장 동생)= “형이 죽은 이후 우리 가족의 생활은 180도 완전히 변했다. 나는 당시 공대생이었는데 가족생계를 위해 공무원이 됐다. 아버지는 하시던 건축일도 그만두시고 우리는 침울한 가정이 됐다.”

▲박공순(황도현 중사 어머니)= “뉴스에 북한 얘기만 나와도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진다. 그리고 TV에서 축구 중계를 하면 괴로운 마음에 채널을 돌린다. 내 자식이 북한군과 싸우다 죽던 날 모든 사람들은 ‘월드컵 4강’에만 도취돼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한이 돼서 이제는 축구 중계를 못 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황은태(황도현 중사 아버지)=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 이상 군은 대통령의 아들과 똑 같다. 그런데 서해바다에서 군인들이 죽고 동혁이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빨간 수건 목에 걸고 축구경기를 구경하더라. 더욱 화가 나는 건 전사자들에게는 단 한마디 위로도 없던 사람이 6월만 되면 6․15공동선언 기념식에 나와 자화자찬하는 것이다. TV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볼 때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이경진(박동혁 병장 어머니)=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제2연평해전은 우리 스스로 우리 장병들의 손발을 묶고 싸우게 만든 전투였다. 작정하고 북방한계선(NLL)에 침입한 북한군을 말로 잘 타일러 밀어내기를 하라는 것이 말이 되나? 그렇게 우리 아들들을 죽여 놓고,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유감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김종선(한상국 중사 부인)= “얼마 전에는 박지원씨가 TV에 나와서 6․15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서 15억 달러를 요구했는데 5억 달러로 깎아서 줬다고 자랑하더라. 국민 세금을 자기들 맘대로 써도 되나?”

▲ 故 조천형 중사 아버지 조상근씨 ⓒ데일리NK

▲조상근(조천형 중사 아버지)= “우리의 주적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청소년들 의식조사결과를 보고 놀랐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무원과 관공서에도 많은 것 같다. 왜 이렇게 북한정권을 감싸는 사람들이 많은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공직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청산되지 못한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을 텐데?

▲서영석(서후원 중사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을 두 번, 노무현 대통령을 한 번 만났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날 때는 사실 정신이 없었다. 아들 죽은 지 몇 해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만나서 제대로 말도 못했다. 당시에 호국가족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 모아놓고 전쟁 전사자로 얘기하면서 뭉뚱그려 이야기하더라. 제2연평해전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이경진(박동혁 병장 어머니)=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체면상 불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훈처 직원이 다른 가족들과 달리 제2연평해전 가족들은 2분씩 참여하는 특혜를 누렸다고 공치사를 하더라. 할 말이 없었다.”

-새 정부에 대한 바라는 것은 없는가?

▲서영석(서후원 중사 아버지)= “무슨 대단한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거 정부처럼 유가족들의 가슴을 후비는 말들이 안 나와서 그나마 낫다. 정부에서는 제2연평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진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경진(박동혁 병장 어머니)= “지난 정부는 우리를 몇 번을 죽였다. 서동만이라는 사람은 국정원 기조실장을 하겠다고 국회 청문회에 나와 ‘서해교전은 김정일의 책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했던 이재정이란 사람은 ‘서해교전은 반성해야 될 문제다’, ‘NLL은 영토개념이 아니다’고 말했다. NLL이 영토개념이 아니면 우리 해군들을 추운데서 손 발 떨게 하지 말고 해산시켜 집으로 보내야 할 것 아닌가?”

▲ 故 한상국 중사 부인 김종선씨 ⓒ데일리NK

▲김종선(한상국 중사 부인)= “유가족들에게 돈(보상금)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전사자의 명예 회복과 부상자에 대한 예우를 부탁한다. 제2연평해전을 패전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북한의 더 큰 도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부상자 중 전역한 분 중엔 부상등급을 낮게 평가해 파편을 몸속에 끌어안고 살아가면서 자비로 치료하는 분도 있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장애를 안고 전역한 분들에 대해선 최소한 치료문제와 생계문제는 해결해 줘야 하지 않나?

또, 훈장 심사를 할 때도 패전이라 생각해서인지 1등급씩을 낮춰 3~4등급으로 평가했다. 월드컵 4강을 만든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훈장 2등급을 받고 병역특혜를 받았다. 그런데 북한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은 그들보다 낮은 훈장을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평가된다면 어느 누가 목숨 걸고 조국을 위해 싸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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