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犯 김영철의 핵위협, 정보자유화 조치로 맞서야

유엔의 대북제재와 한미 합동군사 훈련을 핑계로 정전(停戰)협정 백지화 및 판문점 대표부 활동 전면 중단을 선언한 김정은 정권이 이제는 대놓고 핵공격을 입에 올리고 있다. 7일 북한 노동신문은 “먼저 핵단추 눌러도 책임 없다”면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로 되돌리겠다는 정전협정 파기 위협은 그동안 북한이 심심치 않게 써먹던 단골메뉴였지만 구체적 시기까지(11일)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연이은 대외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리적 컨센서스(consensus)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 그 실효성마저 의심하고 있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외교조치다. 물론 원인과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 국제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작됐고, 북한이 다시 이를 위반하는 추가 도발에 나서면서 유엔 제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유엔의 제재가 북한정권의 존망을 위협할 수준이었다면, 사실상 아무런 제약도 없이 세 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진심으로 유엔 제재에 반발하는 것이라면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핵무기를 서울과 워싱턴 외에도 베이징까지 조준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유엔 대북제재는 언제나 중국의 침묵 혹은 찬성 속에서 채택되었다는 점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한미 간 합동군사훈련은 이번 대남도발 위협의 핑계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최근 북한 텔레비전에서는 지난 1월과 2월 사이 김정은의 군부대 현지지도 상황을 담은 기록영화가 연일 방영되고 있다. 이 기록영화에서는 북한의 공수부대를 비롯한 육해공군 및 특수부대의 다양한 훈련장면이 담겨져 있는데, 김정은의 군권(軍權) 장악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위대한 총사령관 동지께서 훈련개시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라는 해설이 반드시 이어진다. 핵무기 등 고강도 비대칭 전력 준비 외에 항시적인 대남군사훈련이 모두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꼴이다.


정전상황에서 군사훈련은 남북 모두에게 불가피한 일이다. 자신들은 대놓고 자화자찬 속에 벌이는 일을 우리 측에 대해서만 시비를 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나 한미 간 연례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그 시기와 전개방식에 대해 항상 자신들이 정상적으로 통보받고 있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대남위협에는 정찰총국장 김영철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반도 위기고조를 통해 체제단속과 대외지원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과거 수법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인물로, 국제법상으로는 정전협정을 위반한 전범(戰犯)이며, 민족정서상으로는 동족의 등 뒤에 비수를 꽂은 반민족 죄인이다. 그런 인물을 텔레비전 방송에 버젓이 내보내 “(정밀 핵타격 수단은) 누르면 발사하게 되여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되여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읽게 하는 것은 위협 수준을 넘어 능멸(凌蔑)에 가까운 행태다. 김 씨 왕조의 권력보존을 위해서라면 ‘민족공존’이라는 프로파간다마저 하루아침에 내팽개쳐버리는 김정은 정권에게 이제 ‘위험한 도박 카드’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군사도발에 나설 경우 현장에서 모두 끝낸다는 각오로 현 사태에 임해야 한다. “북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도발 원점과 지원 세력은 물론 그 지휘 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는 우리 군의 경고가 결코 빈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난 14년을 돌아볼 때, 당시에는 한 발만 물러선 일들이 결국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북한의 서해 NLL 월선에서 시작된 남북 해군 간 교전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이어졌다. 이제 북한은 ‘핵’과 ‘전쟁’을 거론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대놓고 행동에 나서기까지 이를 적절히 제어 관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신속한 전술선택도 요구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년째 지적하고 있는 북한 정보자유화 전략을 꺼내들 때다. 북한주민들에게 북한체제의 모순과 호전성을 널리 알리고 우리의 연대의지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방송, 전단, 물자 지원 사업을 당장 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위협과 전쟁에 대한 공포를 기반으로 권좌유지 전략을 세웠다가는 북한주민들에 대한 통제권, 즉 권좌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김정은이 뼈저리게 깨닫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지금 당장 북한의 선제공격을 예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비대칭 전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