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측근’ 건재 왜?…”김정은, 국제사회 눈치 보는것”

김정일 사망 2주기(17일)를 기점으로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북한 김정은이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처형한 장성택 측근들에 대한 숙청을 유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내부 안정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 처형’으로 유일영도체계를 확보한 김정은이 ‘김일성 광폭(廣幅)정치 따라하기’로 장 라인에 대해 포용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추모대회에서 주석단에는 김정은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리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이, 오른쪽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 등이 차례로 배석했다.


주석단에는 특히 ‘장성택 라인’으로 알려진 로두철 내각 부총리, 김양건 당 비서,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도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13일 사망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들은 그동안 당 사업 관련 일을 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장성택과 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온 만큼 장성택 처형과 함께 숙청이 예상됐었다. 북한이 장성택의 죄목을 까발리면서 ‘장성택의 잔당(殘黨)세력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추모대회의 참석자를 분석한 결과 “최근 상황(장성택 숙청)과 관련한 권력변동 징후는 미(未)식별 된다”면서 “장성택 측근으로 알려진 문경덕·최부일·로두철 등이 참석, 건재함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한 고위 탈북자는 데일리NK에 “장성택 처형 이후 대대적인 숙청 가능성에 중국까지 나서서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눈치를 보는 것”이라면서 “장성택 처형에 당당하지 못한 김정은이 처형에 대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도 뜨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최근에 로두철 망명설이 돌자 관련 동향을 내보내는 등 한국과 국제사회의 언론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일체계를 일단 확보했고 할아버지(김일성) 모방에 능한 김정은이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더 좋은 이미지를 이끌어 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내부 체제 안정을 도모한 이후 장성택 측근에 대한 숙청이나 물갈이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전문가는 “현재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동요나 불안 요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포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내부 체제가 안정되면 김정은은 장성택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최룡해는 이날 작년 추모대회와 달리 김정은 바로 옆에 앉았고 추모사도 읽었다. 최룡해는 전날 인민군 충성맹세 모임에서 전체 인민군을 대표해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한 바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로 최룡해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선두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성택 처형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처음으로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직지도부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김정은이 당 행정부를 대신해 조직지도부를 앞세우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