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이 실각함에 따라 ‘張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 소요(騷擾)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의 숙청작업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일부 장성택 측근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은 8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장을 해임 및 출당·제명시킬 데 대한 결정서를 채택하고 결정 내용을 각종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포했을 뿐만 아니라 ‘장 체포’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장 성택 측근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숙청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노동당 국제부 과장을 역임한 이후 몇 차례 좌천된 것을 제외하면 장이 40여 년 동안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2인자’로 군림해왔기 때문에 당은 물론이고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및 인민군에까지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인물들이 대거 포진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생리상 이번 사건의 엄중성을 고려할 때 장성택과 관련 인물들을 대거 숙청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데일리NK는 지난 6일 북한 당국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장 측근들의 소요 및 반당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 시도 당 책임자들과 사법·검찰 관련주요 간부들을 평양으로 대거 소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유일지배체계’ 구축에 가장 큰 걸림돌로 인지하고 ‘종파분자’라는 고깔을 씌워 숙청한 것을 본 고위 간부들이 과도한 충성경쟁에만 열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몸사리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당국의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숙청작업에도 불구하고 장성택 측근들의 내부 동요와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단기적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은은 도전 세력은 친인척이라도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포 정치를 통한 독재 유지 안정화라는 목표를 이뤘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적 반발 세력 확충’이라는 역효과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이 체포되는 과정을 지켜본 최룡해, 박봉주와 당·군·정 간부들은 자신에게 언제라도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겉으로는 충성을 보여도 속으로는 자발적인 충성심이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도 업적이 없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김정은 정권이 장기적으로 스스로 몰락하는 하나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공포의 분위기에다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숙청이 군대 및 국가보위부의 집단적인 이해관계를 건드리면 김정은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탈북자는 “북한에서 간부들 중 60~70% 정도가 장성택과 관련된 인물로 이번 숙청 대상도 3, 4만 명 정도라고 판단된다”면서 “장성택과 간단하게만 접촉했을지라도 김일성, 김정일 때도 종파주의 혐의로 많은 이들이 숙청된 것을 지켜본 간부들이 대거 도피하거나 반발을 도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장성택이라는 ‘버팀목’이 있어 그나마 북한을 이끌어 갈 수 있었는데 숙청에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면서 “이제는 김정은 주위에 충성만을 보이는 사람들만 줄을 설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김정은에게도 엄청난 손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