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이 ‘정변(政變)모의’ 혐의로 처형됨에 따라 그의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장의 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이 북한 매체들에 의해 소개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의 주장처럼 정변 모의로 장성택이 처형된 만큼, 장의 잔당(殘黨) 세력에 대한 숙청이 예견됐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국가장의위원명단에는 장성택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김양건 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장의위원에 포함됐고 망명설이 제기됐던 로두철 내각 부총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대사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난 13일 장성택 처형을 확정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에서 장성택과 함께 반역을 획책한 ‘무리’로 노동당 부서와 산하기구 및 군, 내각, 청년사업부문을 적시해 대대적 ‘숙청 피바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와 탈북자들은 ‘장성택 처형’으로 대대적인 숙청에 대한 내부 동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숙청 작업을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 측근’이 당·군·정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자리 공백에 대한 혼란도 고려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데일리NK에 “장성택 처형을 통해 ‘공포 분위기 조성’이라는 정치적인 효과를 본 김정은 정권이 내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숙청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욱 큰 충격을 주면서까지 숙청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형을 하고 바로 대대적인 숙청을 하면 장성택이 그만큼 위상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결국은 현재는 내부 안정을 꾀하면서 대내외에 체제 유지 자신감을 전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듯 보인다”고 부연했다.
한 고위 탈북자도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하면 내부 반발이나 망명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 “현재 주민들이 불안감을 보이는 상황에서 조심히 내사를 통해 단계별 숙청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에 국가장의위원회에 명단을 올린 박봉주, 김양건, 로두철, 김국태 등은 장성택 라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랫동안 당 사업을 해온 장성택과 이들 간의 친분이 있을 수 있지만 장성택과 정변 모의를 할 정도의 측근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장의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장성택과는 오랫동안 일을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장 라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들이 현재 직책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 전에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숙청도 진행하면서 대외적으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려고 할 것”이라면서 “주민들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안정적이고 건재함을 드러내면서 애민(愛民), 포용 정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