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電 북→남으로만, 남→북은 한건도 없어

북한과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에 대해 북측은 이미 여러 차례 조전을 보내왔다. 그러나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조전은 공식적으로 한건도 없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서울 빈소에도 평양발 조전이 날아왔다.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리종혁 부위원장은 이튿날인 22일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에게 조전을 보내 “정 명예회장이 별세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유가족과 여러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북한은 ’햇볕정책’의 선봉에 선 현대가(家) 주요 인사의 사망에는 어김없이 조전을 보내 위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조전을 보낸 데 이어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포함한 조문단까지 파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북한이 남한 빈소에 조문단을 보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어 2003년 8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장례식에는 아태평화위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등이 조전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조전은 물론 현대가에 국한하지 않고 통일운동가들의 빈소도 찾았다.

고 김일성 주석은 1994년 1월 문익환 목사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조전을 보내 “남조선(남한) 사회의 명망있는 통일애국인사인 문 목사를 잃은 것은 우리 민족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보낸 첫 조전으로 기록됐다.

당시 조문단 파견도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조선기독교도연맹 등 사회단체들이 조의문을 잇따라 보내왔다.

2001년 1월 김양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상임위원장, 2001년 3월 노동운동가 이옥순씨가 사망했을 때도 범민련 북측본부와 민족화해협의회, ’남조선 비전향장기수 구원대책위원회’ 등이 조전을 띄웠다.

지난 3월에는 통일운동가 신창균 선생의 장례위원회 앞으로 조평통 명의의 조전이 도착했다.

특히 당시 장례식은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 겸 범민련 북측본부 의장이 북측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장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적극성에 비해 남측은 ’조문교류’에 인색했다.
정부는 2003년 10월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사망에 조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시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한 포럼에서 “인간적으로 조의를 표한다”고 밝히는 수준에서 그쳤다.

또한 지난해 9월 송호경 전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도 현대아산이 애도의 뜻을 전달했을 뿐이다.

남한 정부는 1994년 7월 김 주석 사망 당시 조문단 파견을 일절 불허한 데 이어 지난해 10주기 행사에도 “조문을 목적으로 하는 방북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기도 했다.

23일 통일부 관계자는 조전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어 정확한 조전교류 현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측에 조전을 보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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