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지원 쌀, 北군부대 유입현장 포착”

▲ 함경남도 단천역을 통해 도착한 한국 지원 쌀이 군부대 트럭에 실려 가는 장면을 일본 후지TV가 입수해 2006년 방송했다. 사진은 인민군병사가 트럭 짐칸에 올라타 쌀을 감시하면서 군대의 창고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후지TV 화면 캡처>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한 쌀이 북한군 최전방부대로 유출된 사실을 우리 군 당국이 사진과 감청을 통해 여러 차례 포착했다고 14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우리 군 당국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대북 지원용 쌀이 북한군 최전방에 유출된 사실을 포착했다”며 “지금까지 북한군 부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쌀이 담긴 마대는 10여 차례에 걸쳐 4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나 군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몇 년 동안 북한 측에 항의는 커녕 경위조차 묻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개최된 남북장관급 회담이나 군 장성급 회담 등에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군 당국의 첩보수준의 정보에 대해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직답을 피했다.

이 당국자는 “대북 지원 쌀의 전용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분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런 사안들이 불거질 때마다 북한 당국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신문은 정부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 “강원도 등 동부 및 중부 최전방 군부대 지역에서 북한군이 대한적십자사 마크 또는 ‘대한민국’ 글자가 선명히 찍혀있는 쌀 마대들을 트럭에서 하역하거나 부대 내에 쌓아두고 있는 모습이 우리 경계 병력에 계속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대한민국’ 글자가 새겨져 있는 쌀 마대가 군 트럭에 실려 있다가 군부대 내에서 하역되거나 야적돼 있는 장면을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것. 이 마대들은 북한제 마대들에 섞여 있는 상태로 발견됐는데, 북한군이 실수로 노출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최전방 부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 12월에는 강원도 인제 지역의 북한군 부대에서 ‘대한민국’ 글자가 찍힌 쌀 마대들이 다른 북한 쌀 마대들과 함께 쌓여있는 모습이 우리 최전방 부대 초병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보 당국은 통신감청을 통해서도 지난 5년간 대북지원 쌀이 군부대에 광범위하게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이후 작년 말까지 12년 동안 정부가 북한에 보낸 식량은 쌀 255만t과 옥수수 20만t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던 2006년에 주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2002년 이후 매년 40만~50만t의 쌀을 지원했다.

또한, 군 당국은 같은 종류의 마대가 북한군의 진지구축에 활용되고 있는 현장도 포착했다. 소식통은 “남한 쌀 마대들은 북한 것에 비해 훨씬 튼튼하기 때문에 북한군이 진지구축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애초 인도적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군사용으로 관련 물자가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데일리엔케이’는 북한 당국에 의한 대북지원 쌀의 전용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지난 2005년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WFP(세계식량계획) 글자가 찍힌 쌀 마대가 판매되는 동영상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2006년에는 일본 후지TV가 함경남도 단천역에 하역된 대북 지원 쌀을 군 트럭이 와서 부대까지 싣고 가는 장면을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 단천역에 도착한 열차 위에서 병사가 대한민국 지원 쌀을 지키고 있다. <후지TV 화면 캡처>

▲ 단천역 인근에 있는 군부대 창고에서 군인 서너명이 쌀을 내리고 있다. <후지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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