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지원은 北 인민경제 분야에만 쓰일수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 도중 과거 정권의 대북 현금지원이 북한의 핵무장에 전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공식 제기한 것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관련 인사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 및 여권이 지난 정부의 대북 현금지원 규모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햇볕정책’이 일궈낸 남북관계의 성과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대북지원 금액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대북 퍼주기’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아가 남북간 안보 불안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평화비용’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으로 간 돈 액수에 대해 보수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수 조원의 현금이 갔다는 말을 한다”며 “그러나 그것은 우선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얘기다. 과장된 얘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햇볕정책 기간 동안 남북관계 개선과 안보불안을 낮추는 데 들어간 돈이 현대아산이 쓴 돈까지 모조리 다 합해서 총 37억 3천불 정도로, 우리 돈으로 3조 7천억 원이 된다”며 “그 중에 (쌀, 비료 등 현물을 제외하고) 현금만 따지만 약 10억불 즉, 1조원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에 대한 현금지원은 2006년 이산가족 화상상봉시설의 북한 내 설치를 위해 몇 십만 달러를 준 것이 유일하다”며 “(이 현금지원도) 상봉 시설 모니터에 들어가는 컴퓨터가 북한으로 반출할 수 없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현금지원이 있었다면 한나라당이 가만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대북현금 지원액이 29억 달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일반 상거래대금 18억 달러와 고(故) 정주영 회장의 금강산과 개성 사업권 등 11억 달러를 합친 것으로, 교역 대가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재판에서 사법부는 5억 달러의 정상회담 대가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과정의 불법성만 지적했다. 따라서 정상회담 직전 서둘러 송금된 정황 등에 대한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나 언론이 추산한 대북지원 규모가 부풀려 있다고만 주장할 뿐, 지난 10년간 북한에 보내진 현물과 현금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에는 명확히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지원된 현금이 10원이 됐든 1조가 됐든,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는 북한 체제의 ‘불투명성’ 탓이다.

북한은 매년 반복되는 식량부족으로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 없이는 식량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선군정치’를 앞세워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올해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쓰인 7억 달러면 식량 200만t 이상을 구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북한이 남한의 현물과 현금 등의 지원을 순수하게 민간 차원에서 사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나이브(naive)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실제 이종석 전 장관이 언급한 화상상봉 시설만 하더라도 현금 40만 달러를 포함해 380만 달러 상당의 건축 자재가 북한에 건네졌지만 최근까지 착공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북한이 남한의 대북지원을 ‘무단 전용’한 사례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은 이상 우리가 이를 확인할 길은 전혀 없다.

한편, 정 전 장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은 소위 인민경제와 군수경제가 완전히 쪼개져 있어서 서로 절대 넘나들지 않는다”거나 “군수경제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가 미사일을 개발해 돈을 만들고 그걸로 핵을 만들며, 인민경제를 통해 번 돈은 인민경제를 위해 쓴다”고 말했다.

군수경제에 쓰이는 돈은 미사일 수출 등 군수 분야에서의 외화 수입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민간 부문에서 얻는 수입은 전적으로 민간경제에 쓰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분석은 아마도 북한 관리의 전언에 따른 것이고 이러한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햇볕진영의 방어 논리로 사용돼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허구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 교양 시에도 총대를 강화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왔다는 논리를 써왔다. 북한 주민들이 외화벌이와 해산물과 광물 수출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은 39호실로 최우선 배정된다. 39호실에서는 이 자금을 제2경제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과 대남공작 지원 등에 쓰인다.

주민들이 굶주리는데도 식량 구매보다는 군수경제에 집중 투자해온 북한 정권이 대북지원금을 인민경제에만 사용했다는 주장은 지나친 북한 짝사랑에 불과하다.

‘햇볕정책’이라는 신기루를 지켜내기 위해 북한 당국자보다 더 북한 정권에 유리한 진술로 일관하는 이들의 위선에 서글픔까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