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에 진전이 없자, 정부의 대북 정보수집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정보 부족으로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 못했다”며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우리의 대북 정보 수집 및 분석을 맡고 있는 기관은 군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이다.
이 중 우리 군과 미군은 자체 정찰기와 최첨단 첩보장비 등을 ‘시진트’(SIGINT·영상 신호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미군의 정찰기와 전방 전자전장비, 한국군의 금강정찰기와 백두정찰기 등을 통한 ‘시진트’ 라인은 별다른 문제없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경우 대북 인적정보인 ‘휴민트’(HUMINT)와 첩보 장비 등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정찰기를 운용해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는 ‘휴민트’ 라인이 사실상 붕괴 직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적으로 대북 전문 정보요원 수가 크게 줄었고, 예산이 크게 감축되면서 요원의 활동반경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최근 “국정원은 금강산 피격사건에서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한 것도 이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발생한 이후 자체 ‘휴민트’ 라인을 발동할 수 없어 민간기업인 현대아산의 ‘입’에만 의존, 적절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게 정부와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2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대북 정보기능이 대폭 축소되거나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북한과 교류하는 민간 기업 및 사회단체, 탈북자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한편 북한 언론 매체의 분석을 통해 내부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사회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정보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의 정보도 일방적으로 북측 입장만 전달하는 한계가 분명해, 정보 수집이 쉽지 않다.
이처럼 정부기관의 정보수집 능력의 축소와는 별도로 이들 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공유하고 상시로 통합·관리하는 조직이 별도로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통일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청와대 보고가 제각각 이뤄지면서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보당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정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과거에는 국정원, NSC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관련 정보기관을 컨트롤하거나 서로 검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합참에서 초기에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도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 통일부의 정책분석본부 산하 4개과를 2개과로 축소시킨 뒤 통일정책국에 편입시킨 것과 국정원의 대북라인 인적쇄신을 단행한 부분도 정보라인의 역량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여권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 이래 미군과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북정보 수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한 총리도 이날 “지난 10년 동안 대북 정보 수집 기능이 취약해 졌다”고 말했다.
황진하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은 21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정보기관의 대북 정보수집 조직과 기능이 상당히 축소됐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대북 정보수집 강화를 위해 미군과의 정보 교류 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각 기관이 수집하는 대북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소식통은 “일단 국정원에서 일할 인력을 확충하고 많이 무너진 대북 정보채널을 복원해야 한다”면서 “과거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인력을 채용, 과거채널을 복원하거나 현 남북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방자치 단체의 채널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