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차관 최초 상환일(6월7일)이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법 전문가인 한명섭 변호사는 1일 “식량차관 상환 문제와 납북자·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와 연계시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이날 평화문제연구소 주최 ‘북한 주민의식 변화와 인권개선을 위한 대북접근’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북측에 상환기일 통보나 상환요청 등을 통해 공을 북측에 넘긴 뒤 북한의 대응을 보고 적극적으로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대북 식량차관 상환은 북한의 상환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북한이 적극적인 상환의지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채무불이행 상태를 유지시키면 남한은 채무 상환을 독촉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환기일에 임박해 북측에 이를 통보하고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이나 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사안도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식량 차관 협의를 통해 대화재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우리가 상환 면제나 탕감, 상환유예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의 채무를 향후 대북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남겨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경제난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북한은 대남 경협에 다소 우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때 채무 상환 협상을 당국간 대화재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과 관련한 안건을 함께 제의하는 것이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달 7일은 북한이 지난 2000년 남한으로부터 제공받은 대북 식량차관 첫 번째 상환일이다. 정부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북한에 차관 방식으로 쌀 240만톤과 옥수수 20만톤을 지원했다. 이자를 제외해도 약 8,230억원 규모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