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외교 방미 결산..평화체제 논란 `정리’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회담을 통해 비핵화 현안해결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평화체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과 관련, 현지 외교소식통은 8일 “실질적인 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이 담긴 6자회담 ‘10.3합의’ 이행을 위해 3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사변적인 평화체제 논란을 지속하기 보다는 제네바 합의 체제를 뛰어넘는 비핵화 조치에 주력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송 장관의 이번 방미를 통해 ‘평화체제 협상’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은 상당히 의미있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우선 연내 불능화라는 당면과제를 이행하는데 주력하자는 메시지가 재확인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흔히 연내 불능화에 합의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합의가 쉽게 이행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영변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시설을 대상으로 11개 불능화 조치가 현재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무적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가 밖으로 드러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불능화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해야 할 경제.에너지 지원 작업을 의장 자격으로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 북한이 요구한 발전설비 등을 북한은 물론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만족하는 형태로 지원하는 문제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요구한 발전 설비가 300개가 넘는데 이 품목 가운데는 이른바 이중용도 논란에 걸리는 것도 있기 때문에 참가국들의 동의를 구하는 문제가 있고 다른 복잡한 문제도 있다”면서 “추후 발생할 지 모르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가 이런 실무적 일을 차분하면서도 철저하게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 미국이 주도하는 불능화 작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점, 그리고 북한의 원자력 전문인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비핵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연말을 목표로 한 불능화 작업은 전체적으로 볼 때 제대로 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송 장관이 라이스 장관과 만나 ‘현재 진행중인 불능화 진전상황을 지켜보면서 비핵화 과정의 촉진을 위해 관련 당사국간 최고위층에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불능화 진전상황을 지켜보면서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정부 일각에서 그동안 제기되어온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을 조기에 열어보자’는 주장에 현실적인 감각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의 동의없이는 ‘정치적 이벤트’가 성사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여 목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으면서 향후 가능성을 열어놓는 선에서 절충된 의미가 있다.

또 종전선언 등의 문제를 ‘일단 비핵화가 끝난 뒤에나 생각해보겠다’는 미국의 이른바 `출구론’도 그 시기를 비핵화 완료 전에 고려해볼 수 있다는 데까지 당겼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비핵화에 주력하면서 여건이 조성되면 정상들이 참여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정상들의 의지 표명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굳이 정상들이 만나지 않더라도 의지 표명은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은 정상급의 의지 표명 방식을 다양화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이렇게 입장이 정리됨에 따라 그동안 국내에서 전개됐던 논란도 재연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동안 국내 일부 인사들은 평화협정 협상 개시 시점에 종전선언을 하자는 ‘입구론’을 주장해왔고 이에 대해 외교부를 주축으로 비핵화에 주력하면서 일단 평화체제 문제는 실무급에서 협상을 개시하는 선언을 하자는 주장이 맞서왔다.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이 입장을 정리한 만큼 조기에 종전선언을 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북핵 외교가에서는 불능화가 ‘눈에 잡히는’ 단계로 접어들면 일단 6자회담 수석대표급이나 외교장관급에서 평화협상의 개시를 선언하는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대체로 예상하고 있다. 그 시기는 가급적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 12월 중순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의 발전방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이 정리된 것도 큰 성과로 풀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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