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외교 “‘개념도’만 있어도 HEU프로그램”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향후 6자회담에서 핵심 변수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이목을 끌었다.

송 장관은 일단 HEU의 개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프로그램은 ‘개념도’만 있어도 프로그램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도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HEU 프로그램’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발언은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의 결정체인 `2.13합의’에 명시된 대로 60일 이내에 해야 할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 과정에서 북한은 HEU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미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핵 프로그램 대상에 현재의 핵은 물론 과거의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음을 밝혀왔다. 송 장관은 “우라늄이든 뭐든 핵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것이 불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핵 프로그램 목록 논의 과정은 물론 60일 이후 본격적인 신고 절차에 들어가서도 HEU에 대해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HEU와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5개국에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HEU 문제는 2002년 10월 평양에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거진 현안이다.

이후 미국측은 북측이 켈리 차관보에게 HEU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여기를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우라늄 농축 기술을 진짜 개발했는지는 불분명한 실정이다.

북한이 지난 10월 강행한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생산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이 이미 핵무기 재료를 플루토늄에서 고농축 우라늄으로 대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골간으로 하는 `2.13 합의’의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강경파 사이에서도 북한이 HEU 보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2004년 중반 제3차 6자회담에서는 HEU를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전개됐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HEU에 대한 야심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로 농축우라늄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 미국이 칸 박사가 평양 순안공항에 자주 나타난 것을 강조하며 HEU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자 “정황적 증거가 될 지언정 실체적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송 장관의 이날 발언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야욕’에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대량의 농축 우라늄 보유 가능성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을 하자면 현재의 북한 사회가 수용하기 힘든 정도의 전력소모가 필요한데 북한이 과연 이 문제를 극복했는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3월중 열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HEU 존재를 부인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HEU가 없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3일 6자회담 폐막일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미국사람들이 HEU를 중시하는데 만일 이 점이 검증되면 미국도 대북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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