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후보의 ‘개량 햇볕’이 더 불안한 이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북정책은 노무현 시대의 판박이가 될 것이다. 취임 즉시 10·4선언에서 약속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나설 것이고, MB가 파탄낸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수천억 원 대의 대북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남북 사이에 당장 성과를 내고자 달려들면 내년부터 공동어로구역 논의를 시작해 가을 꽃게잡이철이 되면 NLL 남측 수역에서 북한 배가 조업하는 장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문 후보가 공언한 대로 내년 6월15일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밑밥 역할을 할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공격에 대한 사과도 두루뭉술 넘어가고, 금강산 지구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안전조치 확보는 뒷전으로 밀린다. 남북이 대결 상태에서 급속히 협력 관계로 접어드는 모습이 연출되고 북한 김정은 정권은 쌀과 비료, 달러를 받아가며 통치력 복원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대신 한미일 대북공조는 삐걱거리고, 2006년 1차 핵실험 후 북한에 쌀을 보낼 때 노무현 정부가 강변했던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는 논리가 횡행할 것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무조건 ‘협력’은 조심스럽다. 일단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천안함, 연평도 공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신변 안전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면 비례성에 따라 보복하지만 확전은 방지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둠으로써 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를 것이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일단 북한과 대화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당연히 천안함, 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대화를 위해서는 대가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안 후보는 섣부른 행동이 가져올 화와 내외의 비판을 우려해 신중 모드에 돌입하겠지만, 그를 둘러싼 햇볕 전문가와 민주당 아류 세력은 빨리 기회를 잡자고 재촉할 것이다. 결국 대규모 대북지원은 현실화 될 것이다. 평소 자신의 지론으로 내세운 ‘북방경제’를 본격화 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금강산관광도 재개할 것이다. 서해 평화지대 구상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안 후보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 


결국 안 후보도 햇볕정책의 틀에서 대북지원, 경협 확대, 정상회담의 쳇바퀴를 굴릴 것이다. 문 후보는 주동적이고 안 후보는 수동적이라는 차이일 뿐. 여기까지는 그나마 햇볕 따라 하기 정도로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의 건재 및 협력이라는 전제조건이 빠진다면 안 후보는 가히 예측 불가능 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만약 북한이 붕괴 위험에라도 처한다면 안 후보가 냉정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지 극히 의문스럽다.  


문 후보는 북한 독재 정권의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일관성(?)이라도 보이겠지만, 안 후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주도권을 놓쳐버리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뒤늦게 미국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늘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반도 판이 흔들려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선장이 고깃배와 그물만 쳐다봐서야 될 일인지 진정 안 후보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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