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전 후보가 文 후보 지지 전 생각해야 할 점

1.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는 비합리적이다.


야권 대통령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원 없이는 승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3% 내외를 앞서고 있는 박근혜 후보를 추격할 능력이 없는 데다 선거운동의 수준 또한 한 마디로 지리멸렬이다. 따라서 현재 선거운동의 흐름과 판세를 일거(一擧)에 바꿔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안 전 후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한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 되거나 ‘백의종군’하던 혹은 총리자리를 약속 받고 공동정부를 추진하던 그것은 안 전 후보의 자유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에 대하여는 분명 책임을 져야한다. 특히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것이 ‘국민만을 바라보며 구태정치를 쇄신하겠다’는 그의 정치관에 부합하는 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구태정치’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도 그것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았고 정의할 수도 없지만, 정치가가 ‘자신의 영달을 위한 혹은 비합리적인 정치행태’를 할 경우 그것을 ‘구태정치’라 부르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안 전 후보가 ‘새누리당의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했을 때는 결코 그 주체가 ‘어느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박 후보의 집권을 가장 싫어하는 집단은 김정은 정권과 한국의 종북좌파들일 것이다. 안 전 후보가 새누리당의 집권 저지를 언급 했을 때는 본인 자신이 박 후보의 상대가 되어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다만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니 문 후보의 지지자를 끌어오겠다는 의도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제 안 전 후보는 대선후보가 아니다. 바꿔 말해 그는 어느 후보를 지지하기 전에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야심보다 어느 후보의 이념과 공약이 더 합리적인지, 혹은 덜 비합리적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결정은 그가 비판하던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하여 박 후보를 누르려면 문후보의 이념과 공약을 그 ‘핵심에서’ 지지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선 경제 분야이다. 경제 분야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과 관련해서는 상식 있는 사람 모두는 새누리당 보다 민주통합당이 한국이 지속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있고,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세계경제를 앞에 두고 과격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좇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안 전 후보는 박 후보와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 중에서 어느 쪽이 현재 경제상황의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 그리고 미래 세대에 덜 부담이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치 분야이다. 정치 분야에서 구태를 쇄신하겠다는 말은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입에 달고 다니고 있다. 정치 분야 쇄신의 핵심은 정치가가 국민의 어려움을 모르고 오로지 개인의 영달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정치가의 양심불량만이 주원인이었다면 이 문제의 해결은 결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가를 양심불량으로 만드는 이유에는 유권자의 요구와 집단이기주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 정치가는 무슨 짓이라도 하려하고, 거꾸로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유권자들은 표의 대가로 그들이 원하는 지역사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악순환이 되어 비합리적인 선거공약이 난무하게 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현재의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선거공약을 부분적으로나마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와 국가채무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때 유권자에게 직접 부담이 되는 증세보다 미래의 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빚이 선호되고 있고,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경제침체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빚으로 빚을 갚는 빚잔치가 더 이상 어렵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막걸리가 흐르고 돈 봉투가 투표 전날 밤 날라 다녔지만, 선거후의 국민부담과 후유증을 생각하면 차라리 막걸리나 돈 봉투 돌리기가 훨씬 건전한 포퓰리즘이다.


그렇다면 이런 포퓰리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서로 덤핑하듯, 포카판에서 베팅하듯 경쟁적으로 값을 올리는 무책임한 선거공약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포퓰리즘의 핵심은 투표행위(voting)와 합리적 논증행위(argument)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즉 다수결 원칙을 의사결정수단으로 삼는 민주주의의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다수결로 통과시킨 법안의 위헌여부를 비선출직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는 것은 투표행위의 불완전성을 합리적 논증행위로 보완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무책임한 선거공약을 통한 포퓰리즘을 막는 구속력 있는 기관을 설립하려면 당연히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며, 동시에 포퓰리즘을 원칙적으로 비판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에서 어느 당이 포퓰리즘을 선호하고 있는가? 이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어느 당이 무책임한 선동에 앞장섰는지를 보면 명백하다.


2. 햇볕근본주의자 문 후보의 대북 벤쳐


그러나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공약 중에서 가장 냉정하게 파악해야 할 부분은 그의 대북・통일정책이다. 문 후보를 비롯하여 한국의 좌파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 때문에 남북관계가 엉망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에 따르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북제재도, 박왕자 씨 피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정말인가? 그러나 ‘강경’이라는 단어의 상식적 의미에 부합하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거꾸로 북한이 무슨 도발을 하여도 그것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몰고 가려는 한국의 햇볕 근본주의자들 덕분에 북한은 안심하고 대남도발을 해왔다. 한 마디로 북한의 망치질에 모루를 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린 자보다 맞은 자를 강경주의로 비판하는 한국좌파의 비판은 실로 한국만의 경이로운 현상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책이라고 주장하는 햇볕주의자들의 계산은 명백하다. 즉 MB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비(非)햇볕에서 찾아야 햇볕정책의 부활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핵·개방3000’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고 북한의 도발에 유화적으로 대응하였지만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퍼주기를 일삼는 행태를 중단함으로써 상호주의의 일관된 원칙을 지켰다. 문제는 문 후보의 대북정책이다.


문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핵폐기를 전제로 삼지 않고 남북경제연합을 실행하며,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치하고, 통일의 시작인 남북국가연합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주한미군의 철수를 포함해서 한미동맹의 폐기를 고려하겠다는 이른바 ‘출구론’에 있다. 즉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은 북핵폐기를 전제로 삼는 ‘입구론’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의 실패경험에 비추어 볼 때 햇볕근본주의자 문 후보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100%이며, 이때 한국은 ‘북핵 및 미사일 위협증대+한미동맹해체+북한경제지원으로 강화된 북한의 남침능력’이라는 최악의 안보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대북정책을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구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안 전 후보는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햇볕근본주의자의 소망인 한반도의 비(非)자유민주주의 통일, 북한의 수령주의 체제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 통일인 것이다.


3. 안 전 후보는 북한정권의 행태를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박 후보에게 대북정책에 대하여 공개질문을 하였다. 북한정권이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첫째, 박 후보가 18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박 후보와 협력하지 않아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북한이 붕괴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안 좋다.


셋째, 공약을 반드시 지키려는 박 후보의 태도를 보아 가능한 북한에 유리한 대북정책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넷째, 햇볕근본주의자 문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무조건 우호적’이라 개선이나 협의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책이라고 호도하고, 천안함을 폭침시키든 연평도에 대포를 쏘던 무조건 한국 정부를 비난하여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아보겠다는 것이 북한정권과 한국의 좌파들의 연합전략이었다. 이런 굴종주의에 기여라도 하겠다는 듯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대북관련 요직을 차지하였던 자들과 백낙청 교수 등 한국좌파 인사들이 모여 만든 <한반도 평화포럼>이라는 단체에서는 ‘천안함 침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타진요’와 다름없는 정치적 편집증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 이들이 노리는 바는 국민의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한국정부에 대한 의심과 분노로 바꾸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문 후보의 대북정책의 실제 기안자이며 조종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안 전 후보가 지금까지 제시한 대북정책은 문 후보의 햇볕근본주의와는 분명 구별이 되며, 그 차이는 단순히 文-安 통합공약으로 희석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안 전 후보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면 그는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지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인(公人)으로서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