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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통합은 지지부진하지만 대선 후보 중심의 쏠림 현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군소후보까지 포함해 11명이 사실상 범여권 대선 후보에 이름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비노(非盧) 정동영, 친노(親盧) 이해찬 세 갈래의 물길로 모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여권 통합 작업이 진행되든 그 종착점은 후보 경선이다. 당장의 통합보다는 경선 승리를 위한 세 확보에 유력 후보들의 행보가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세 확보 과정에서 전현직 의원들의 합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핵심인 ‘민심’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국민적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열린당과 탈당파와 민주당, 제3세력 등과의 접촉면을 확대하면서 ‘대세론’를 확장시키고 있다. 17일 ‘선진화평화연대’ 출범식에는 6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친노세력의 전폭적 지지로 뚜렷한 약진을 보이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 결집과 민심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19일 대선출정식에는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40여명의 의원들이 결집했다.
국정실패와 열린당 해체의 책임에 따라 중심에 밀려난 듯 보이는 정 전 의장은 한때 최대 주주세력의 수장이었던 만큼 중도개혁세력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김근태, 문희상 전 의장과의 접촉을 통해 지지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세 결집’ 나서”…손∙이 ‘대립구도’, 정‘양비론’
이들은 세 확보에 전념하면서도 ‘대선 경쟁력’ 선전에도 여념이 없다. 각자의 손익계산에 따라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단,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가 친노와 비노로 대립하는 구도다. 정 전 의장은 중간지대에서 양측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
손 전 지사측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를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여권 적자 출신이 아닌 손 전 지사의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는 친노 진영을 견제하지 못할 경우 경선에서 처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 전 지사측 정봉주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 전날 이 전 총리가 “기회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손 전 지사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 “미래에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때는 이 전 총리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범여권 후보로 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범여권은 현재 집권여당∙행정부 출신이지만 대선국면으로 가면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이란 전선이 형성되는 데 범여권 후보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고 맞섰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은 손 전 지사를 겨냥했다. 현재의 구도대로 유지된다면 지지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총리측 유기홍 의원은 이날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 “손 전 지사가 그 동안 만들어온 대중적 선호 등과 대결해야겠지만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란 ‘역사성’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범여권 후보 적합성 문제에서 역사성, 계승성, 정통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이 전 총리가 유리한 지점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당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이는 이 전 총리뿐이기 때문에 전통적 지지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전 총리뿐이라는 주장이다.
정 의장 측은 양비론을 폈다. 박영선 의원은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개혁하려다 실패했다는 데 과연 개혁하려던 업적이 뭐냐”고 따져 물었고 “이 전 총리는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신봉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정통성을 이어가면서 잘못된 부분을 비판할 위치에 있는 중도개혁 세력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칠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경선이 본격화될 경우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멍울이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선에 돌입할 경우 다른 주자들의 주된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그 누구도 최종 승자를 확신할 수 없다.
‘백의종군’ 김근태 ‘세 결집’ 변수…”일단은 관망”
한편,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백의종군’할 뜻을 밝히면서 ‘대통합’에 주력하고 있는김근태 전 의장의 행보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전 의장은 “범여권의 적자가 아닌 손 전 지사를 대선 후보로 만든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점이 손 전 지사가 부닥뜨린 최대의 난관이고 도전”이라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본인이 꿈에 그리고 있는 그런 고지까지 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해찬 후보를 향해서도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 대통합에 대한 열정을 보여 전통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은 통합과정의 분란과 유력 후보 부재 속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정국이지만 한나라당의 집안 싸움이 계속되고 경선구도에서 드라마틱한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지지율이 급 반전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