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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탈당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15일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손 전 지사를 향한 당 지도부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인 탈당이 이뤄졌다.
손 전 지사는 기자회견장에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 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며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개혁과 변화,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와 줄서기 관행 등을 탈당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의명분보다는 경선과정에 체험한 당내 힘의 한계가 결정적인 이유였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 ‘빅3’로 불리면서도 40%대의 압도적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20%대의 탄탄한 지지세를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서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
또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들이 자신과 함께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대부분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했던 것도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향후 행보 어떨까?=손 전 지사의 탈당선언으로 지난 15일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제3 정치세력인 ‘전진코리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출범 자리에는 손 전 지사가 참석했다.
전진코리아는 중도를 표방한 개혁세력의 결집체다. 12월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계획 아래 오는 6월까지 정강∙정책을 완비한 뒤 수도권을 제외한 5개 광역시도에 지부를 건설하고, 8월까지는 16개 광역시도 전체에 지부를 만들어 신당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손 전 지사는 그 동안 한나라당 유력주자이면서도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했던 위상을 이용, 중도개혁 성향의 전진코리아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범여권 통합 과정에 참여, 대권 도전의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미래∙평화∙통합∙창조적 세력화에 ‘전진코리아’도 충분히 새 정치세력을 형성해 나가는데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진코리아도 “손 전 지사의 역사적 결단이 새로운 정치 질서의 출현을 갈망하는 모든 분들께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범여권 ‘통합신당’ 추진 세력으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의 대상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진대제 전 장관에 대해서도 손 전 지사와 전진코리아는 “드림팀을 확대해 나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손풍’ 여파에 전전긍긍=한편 이날 오전까지 손 전 지사의 당 잔류를 호소했던 강재섭 대표는 탈당선언에 “애석하다”고 첫 운을 띄었다.
강 대표는 이어 “탈당의 이유가 무엇이든지 탈당 선언을 철회하고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 한길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면서 “여전히 대화에 장은 열려있다.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새로운 시작을 청하는 악수를 청하기를 기다렸지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두었다”면서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선레이스를 펼쳤던 이명박 전 시장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 전 시장은 “오랫동안 한나라당에서 국민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는데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당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면서 “당의 정권교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비판에 응수를 가했다.
“손 전 지사가 말한 한나라당은 사실이 아니다”며 “손 전 지사께서 한나라당에 대해 며칠사이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경선 룰 때문에 나가시면서 갑자기 그런 말씀 하시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중도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던 손 전 지사가 탈당함으로써 경선레이스의 흥행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대선정국에서도 중도개혁세력의 어느 정도의 이탈이 불가피해 보여 대책마련에 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범여권 일제히 “환영”=반면, 열린당,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이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일제히 환영하며 미래 평화개혁세력에 동참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손 전 지사와 이해관계가 그만큼 많다. 뭔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기대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재성 열린당 대변인은 “손 전 지사 식의 정치와 리더십이 한나라당에서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냉전 향수병에 휩싸인 사람, 특권의 본류세력, 전쟁불사론자, 반민주권위주의 세력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손 전 지사를 미래, 평화개혁세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함께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손 전 지사의 탈당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탈당은 기존의 정치지형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미래, 평화,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갈 향후 행보와 노력에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라고 하는 집이 손 전 지사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곳”이라며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인 군부독재와 개발독재의 본거지 임을 다시 한번 밝혀졌다”면서 열린당 내 중도개혁세력의 동반 탈당을 주장했다.
김영태 민노당 대변인은 “당 경선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개인적 유불리에 따른 판단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주장은 가능성을 볼 수 없다”면서 “철새의 도박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