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獨 송두율 ‘대연정’ 훈수

“대연정이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약화를 가져온 쓴 경험을 바탕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재독 송두율 교수는 27일 현지 동포 인터넷매체인 ‘유코(Euko)24’와 단독 인터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연정과 관련한 견해 및 한국 정당정치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베를린 시내 호르텐지에서 부인 정정희 여사와 살고 있는 그는 독일 뮌스터대학의 사회학 교수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주로 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최후의 희생자이며 국가보안법의 법리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돌출시킨 사례가 되었던 주인공인 그는 “남.북한 양측의 모순을 해결하는 통합자의 역할을 넘어서 ‘전망을 열어주는 사람’으로, ‘경계인’은 기회주의자나 이중적 사고자가 아닌 ‘생산적인 제3자’라는 해석과 함께 현대를 사는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음은 유코24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가.

▲지난 1년 전 한국에서 일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에는 미처 나타나지 않았던 소위 ‘감옥병’이라고 불리는 후유증으로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학생을 가르치고 생활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방한 등 향후 어떤 계획이 있는가.

▲당분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아직 없다.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며 대법원에서 재판도 언제 이뤄질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지금이라도 한국에 못 갈 이유는 없다. 이제는 2003년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는 않겠지만 현재도 4대 악법이 용두사미 격으로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국적인 상황이다.

–2003년 당시 겪었던 일에 대해 지금의 입장은.

▲그 당시 매우 두렵고 힘들었다. 그렇지만 마치 태풍의 핵은 고요한데 반해 주변이 강풍과 비바람을 맞아 피해를 보듯 내가 감옥에서 아홉 달 갇혀 있는 동안 밖에서 일어나는 강풍을 아내와 두 아들이 감수해야만 했다.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한국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률에 내재하는 합리성의 기준보다는 이른바 시류나 국민정서에 편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둘러싼 국회의 논쟁 뿐만 아니라 군복무 기피문제로부터 비롯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개정시도, 부동산투기 문제와 연결된 1가구 1주택을 위한 법률제정에 대한 여론몰이식 구상이 바로 그 것이다.

여기에 사회의 도덕적 쇄신과 정치의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사법부 개혁의 절대적 필요성과 특히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언론 재벌의 행태는 국가발전은 물론 국민의 눈과 귀를 병들게 하는 썩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도덕, 법 그리고 정치가 각각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면서도 서로 간에 열려 있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 어느 영역 하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다른 영역의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 사회의 도덕적 쇄신과 정치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사법부의 개혁을 시작으로 한국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내각책임제가 아니고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에서는 독일과 같은 대연정(grosse Koalition)이라는 표현보다는 프랑스의 동거정부(cohabitation) 형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프랑스에서는 다른 정당출신의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구성하는 정부형태로서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 아래서 두 번, 그리고 시라크 대통령 집권 시기에 한 번의 동거정부 경험이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과 국회임기를 다 같이 5년으로 만들어 선거를 실시, 이러한 불편한 동거정부의 재등장을 막아 보려고 하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이 정당정치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지역적 구도를 넘어서는 대연정의 필요성이 이야기되고 있는 데, 한국은 정당정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가 지역구도에 묶여 있다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정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다.

지역주의와 정당정치의 실종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어디까지나 동시적인 해결과제이다. 이왕 대연정이 화두로 등장했다면 이 기회에 내각제 개헌과 선거법의 전면적 개정도 동시에 제기됐어야만 한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책정당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독일식의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1인 2투표를 실시, 자기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첫번째 투표보다는 어떤 정당에 자기 표를 던지는지를 표시하는 두 번째 투표의 의미를 특별히 돋보이게 하는 독일의 투표 방법이 정당정치와 지역구도 타파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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