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中 노인탈북자, 노대통령에게 절규의 편지

탈북 노인 이00씨가 보내온 편지 사본

지난 12월 25일 중국거주 탈북자 이00씨(62세.女)가 본사 팩스를 통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이씨는 “한국정부가 우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중국에서라도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편지 전문(全文)입니다.

밥 타먹는 세숫대야에 대소변까지 해결

1995년부터 장장 10년 동안 조선사람들은 끔찍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은인(恩人)의 도움으로 열일곱 먹은 손녀딸과 함께 중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손녀딸은 어린 시절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두발로 서지 못하고 기어 다니는 희귀한 병을 앓아왔지만 중국에서 만난 분들의 도움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1998년에 처음으로 두만강을 넘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쥐를 잡아먹던 남편은 파상풍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식들 곁에 붙어 있어봐야 온 식구가 다 굶어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 입하나 줄이자는 심정에 두발로 걷지도 못하는 손녀딸을 데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중국에 와서는 여기저기 떠돌며 먹을 것을 얻어 손녀딸을 먹여 살리다가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3년간 장사하며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중국 공안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그만 회령 보위부에 잡혀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11월에 보위부 요원들에게 두손 묶여 잡혀갈 때는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고 날씨가 아주 매서웠습니다. 보안서에는 보위부 요원들이 ‘똥굴’ 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끌려 들어갔는데 그곳은 땅굴 속에 갇혀서 먹고, 잠자고, 배설하고,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15일 동안 생활했었는데, 갇힌 사람들은 세수대야 한 개에 대소변을 해결하고, 배급 받은 음식을 그 세수대야에 받아 먹고, 그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세수도 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피똥을 싸고 고열에 시달리는 처참한 상황이 매일 벌어졌습니다. 쥐며느리라는 벌레가 피똥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서 사람들은 모두 쥐며느리라는 벌레를 잡는데 혈안이 되었습니다.

군용밥통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는 집결소

‘똥굴’ 에서 15일을 지내고 나니 집결소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집결소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은 물푸레나무가 부러질 때까지 맞아야 합니다. 집결소는 20명이 수용 가능한 방에 5~60명을 집어 넣기 때문에 숨을 쉬기도 곤란하고 똑바로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비좁았습니다. 잠 잘 때는 무릎을 세우고야 겨우 누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가 붙어있기 때문에 한 명이 이가 있으면 모두가 옮게 되어 ‘이’ 잡는 시간을 별도로 지시 받기도 하였습니다.

들어 온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일수록 가혹하게 대우하는데 여자의 경우 처음 들어오면 손을 뒤로한 채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500회 해야 하고, 남자는 1000회를 해야 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정해진 횟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두들겨 맞습니다. 제가 목격한 어떤 여성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잘하지 못한다고 문 쇠창살에 얼굴을 내밀게 하여 군용밥통으로 수 십 차례나 머리를 내리쳐 한쪽 눈을 영영 못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은 이야기를 모두다 적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나고, 힘에 부쳐 길게 글을 쓸 수도 없어 더 적지 못합니다만, 지금 조선정부(북한당국)는 정치개방을 하지 않고 경제개방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못 살게 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저처럼 늙은이야 이럭저럭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겠으나 내 손녀딸같이 어린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한국정부의 반대 때문에 앞으로는 한국으로 가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은인(恩人)께 들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한국정부가 받아들여주기 어렵다면, 여기 중국에서라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실 것을 한국의 여러 선생님들과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릎 꿇고 부탁 드립니다. 제발 우리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12월 25일 중국에서 이00 올림

정리/ 박인호 기자 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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