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통일교과서’의 北 현대사 왜곡

다음은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과목 시험 문제다. 한 번 풀어보기 바란다.

<문제> 현재 북한의 주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①근로인민 ②노동당 ③시민 ④국가주석 ⑤혁명가.

여러분은 몇 번을 선택했는가? 정답은 ①번 ‘근로인민’이다. 이 문제는 <금성교과서>가 출판한 『한국 근현대사』참고서에 실린 것이다. 북한의 정치체제를 전형적인 개인독재체제 또는 수령절대주의체제로 알고 있던 필자는 ‘수령’에 가장 가까운 ④번을 선택했고 보기 좋게 틀렸다.

정답을 확인하고 나자 당혹스러움과 우려가 교차했다. 과연 우리의 교실에서 북한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철저한 수령독재사회라는 사실이 가르쳐지고 있는 것일까? 수령의 노예가 되어 굶주림과 폭력으로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생활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혹시 ①번으로 ④번을 덮고 감추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의 교과서를 훑어 내려갔다. 허무하게도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만다.

『한국 근현대사』 298쪽에는 북한청소년의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학생들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저는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집안 사정이 어렵고 여의치 않아서 전문학교에 진학해 기계 계통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전공을 살리기 어려워 군대에 가서 당원이 되려고 합니다.” 마치 북한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학교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북한에서 그런 자유를 누리는 청소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재하지 않는 ‘북한 청소년의 희망’으로 동상에 발가락이 잘린 채 장마당을 뒹구는 북한 청소년의 ‘절망’을 가리고 있다.

있는 그대로 보고 배워야 통일의 주역으로 성장할 것

같은 책 306쪽에는 ‘조선민족제일주의’를 설명해 놓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창조적 활동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을 남기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온 뛰어난 민족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의 핵심은 위대한 수령이신 경애하는 김일성동지의 영도를 받고, 위대한 수령을 모신 긍지와 자부심’이라는 내용을 슬쩍 빼먹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민족의식으로 수령절대주의를 덮고 있다.

307쪽에서는 “심각한 식량난으로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을 마지 못해 끼워 넣었다. 그러나 수령독재의 만행이 빠져 있다. 수백만이 굶주림으로 죽어갈 때, 수억달러를 들여 김일성의 묘지를 단장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빠져 있다. 미사일을 수출하고 마약을 밀매하고 위조지폐를 만들고, 한국인과 외국인을 납치하고, KAL기를 폭파하고 아웅산 테러를 저지른 이야기도 빠져 있다. 또 북한 주민의 고통이 빠져 있다. 수백만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는 이야기도, 20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짐승처럼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빠져 있다.

『한국 근현대사』교과서는 북한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가리거나 덮거나 빼버린다. 그 이유가 허망하다. 통일지향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을 일부러 가리고 덮고 빼는 기만적인 ‘절름발이 교육’의 근거일 수는 없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가리고 덮고 빼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북한에 대한 잘못된 현실 인식을 심어줄 것이며, 잘못된 현실 인식을 가진 아이들은 장차 통일한국 건설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역사 기술은 결국 ‘反통일 교과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사실을 가르쳐라.

이광백 논설위원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