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회담서 경협 등 4대의제 제기할 듯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준비기획단이 9일 본격 가동된 가운데, 남북은 다음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회담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 협정문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나가도록 하자고 했다”고 밝혀 남측은 이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의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 한반도 비핵화 = 지난해 10월 북핵 실험 이후 북핵사태는 6자회담과 2·13 합의를 통한 북핵폐기 로드맵을 작성하는 등 숨 가쁘게 전개돼 왔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주춤했던 2·13 합의는 지난달 14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 하면서 다시금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는 2·13 합의 2단계 조치인 불능화 조치와 관련한 실무그룹 회의가 진행 중에 있고, 9월 초엔 6자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 해야 할 단계여서 간단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유의미 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실제 북한은 핵 폐기의 전제조건을 미국의 적대시 정책 해소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미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6월)하는 등 6자회담이 미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김정일도 ‘조선반도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의 합의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행동대 행동’ 원칙에 따라 6자회담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이 북핵 폐기를 전제하지 않은 ‘선물 보따리’를 풀 경우 6자회담의 모멘텀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있지만 내심 우려하는 부분도 이 때문이다.

김정일이 통큰 결단을 내린다면 의외의 진전도 나올 수 있지만,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대화를 해야한다는 기본 전제가 있는 한 쉽지 않은 부분이다.

◆ 평화협정 = 정부는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이후 평화체제 로드맵 구성을 위한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는 등 평화협정과 관련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달 민주평통 전체회의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평화협정과 관련한 논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지난 2000년 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있어 일정 정도 성과가 필요하고 그 연장선에 평화협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선언’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9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평화체제 등 3단계 가운데 이번에 평화선언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측은 평화협정 체결은 어디까지나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논의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어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2·13 합의에서는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고 명기하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을 가동할 수도 있다. 이 안에는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체제 문제는 어디까지나 북핵 폐기와 맞물려 있는 만큼 북핵 폐기와 별도로 진행되는 평화선언이나 평화협정 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 군비통제 = 군비통제 문제와 관련해선 남북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1992년)와 불가침 부속서에 나와 있는 8개 항의 군사적 신뢰조치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8개 항에는 북측이 요구한 해상불가침 경계선 문제를 포함해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대규모 부대이동.군사연습 통보 및 통제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검증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측은 이와 함께 남북 장성급회담이 열릴 때마다 주장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꺼낼 수 있다. 정상회담장에서 구체적 논의는 힘들겠지만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나 기본합의서 상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국방장관 회담의 경우 지난 2000년 9월 제1차 국방장관회담에서 2차 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7년이 지나도록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장성급 회담의 경우 2004년 이후 모두 6차례 열렸지만 NLL 문제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장관급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북기본합의서 상에 언급된 남북 군사공동위의 설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서해 공동어로 실현,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 문제, 경의선.동해선 통행ㆍ임진강 수해방지·한강하구 골재채취 등 경제협력사업의 군사보장 문제 등은 비교적 쉽게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경제협력 = 일부 전문가들은 북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북 관계정상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남한 내 햇볕세력의 정권 연장을 위한 그동안 꾸준하게 反보수대연합을 주장한 만큼 남한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측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정상회담을 통해 얻게 될 잿밥이다. 지난 2000년 회담의 경우 2박3일간의 행사비로 5억 달러(4천6백억)를 챙긴 경험을 비춰볼 때 남측에서 가지고 올 ‘선물 보따리’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 특검을 실시해 관련자를 구속시킨 전력이 있는 만큼 순진하게 캐쉬(현금)를 보낼 가능성은 낮아졌다. 때문에 남북 경협이라는 명목 아래 북한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지난해 2월 남북 경협을 위해 북측의 요청 사업을 정리해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문건에서 북측은 ▲에너지 분야 4개 ▲SOC 분야 5개 ▲기타 분야 7개 등 3개 분야 16개 사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200만kW 송전(연간 9억달러) ▲무연탄 설비지원 ▲남포항 시설개선 사업 ▲총 길이 170km인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개·보수(3077억원) ▲연산 33만t 규모인 요소 비료 공장(3500억원) ▲평양.개성.함흥 등 권역별 양묘장 설치 방안 등을 희망하고 있어 향후 수년간 대북지원액이 9조~13조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밖에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과 경의선·동해선 정기 운행,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 협력, 농업협력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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