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난>“南 지원여부가 결정적 변수”(下)

‘북한 식량난 전망에 남녘의 지원이 결정적 변수다.’

대북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남한에서 식량 지원이 없을 경우 북한에 식량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 식량 부족분 200만t 가운데 절반 정도는 남한과 중국, 국제기구 등 외부 지원으로 충당해왔지만 지난해는 미사일.핵실험 등 악재가 겹쳐 50만~70만t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 내부 생산량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지만 외부 지원이 들어가느냐가 식량난 재발을 막는 관건”이라며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지원할까가 요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이용선 사무총장도 “북측이 남측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식량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취약계층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해 3~4월부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촌진흥청 박충범 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연간 50만t 정도를 북한에 지원했는데 지난해 잠정 중단되고 국제기구의 지원도 (핵실험 관련) 유엔 결의 때문에 끊긴 상태”라며 “남측의 지원이 없다면 올해 북한 주민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하루 700g을 배급받지만 외부 식량지원이 없으면 배급량의 22%가 감축될 것이라며 “(주민들이) 절대 생존수준은 넘겠지만 생활의 질(質) 자체는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월 6자회담이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시장에서 식량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3월 남북 적십자회담 등 공식.비공식 창구를 통해 식량 및 비료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식량지원이 이뤄진다면 어떤 곡물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일단 취약계층이 더 많은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옥수수 등 잡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이용선 사무총장은 “옥수수는 쌀에 비해 반 값 또는 3분이 1 가격으로, 30만~40만t 무상지원도 가능할 것”이라며 “옥수수는 (쌀보다) 일반 주민에 배급될 가능성이 커 인도적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책임의 김규호 사무처장도 “저장성이 약한 생 옥수수 가루를 보내야 북한 주민에 곧바로 분배된다”면서 “저장성이 높은 쌀은 당 간부에 지급되거나 국가 정책을 위해 전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충범 연구원은 “일반 주민의 경우 잡곡과 쌀의 배급 비율이 7 대 3 정도여서, 잡곡 지원이 이들에게 유리하다”면서도 “너무 쉽게 변질되는 가루보다는 알갱이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용 가능성 차단과 함께 최근 국제 쌀 가격이 오른 점도 옥수수 지원 쪽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예년에는 국내 쌀 재고로 대북 지원량을 충당했지만 현재 재고량이 넉넉지 않아 가공 및 수송비까지 포함, t당 400달러가 넘는 수입쌀을 대량 지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옥수수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비판과 옥수수 국제가격 역시 50% 이상 올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북한 당국은 같은 양이라면 저장성이 높고 시장에서 수요도 많은 쌀 지원을 선호할 것이 뻔해 ‘원치 않는’ 옥수수를 일방적으로 지원하기도 어렵다.

권태진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3월에는 먼저 쌀을 지원한 뒤 상황을 봐가면서 옥수수를 추가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대북지원 쌀 40만t 중 10만t 정도만 국내산으로 충당하면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당장 농번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남측으로부터 비료 지원 여부도 올해 곡물생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봄철 파종기 이전 비료 지원이 제때 이뤄져야 북한에서 정상적인 농업 생산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량과 비료 지원 후 모니터링을 실시할 수 있을지도 ‘퍼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모니터링을 전제로 한 지원을 통해 배분에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일부에서는 지원된 쌀이 군부로 우선 지급되는 문제와 함께 지원 비료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불거져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지원 식량이 배급소를 거쳐 나가 구체적으로 (배분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식량 전달 지역을 세분화하는 방법을 포함해 점진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이 끝나고 2월 중순부터 대북 식량지원을 논의하더라도 3월 초에나 물자 전달이 가능하다”며 “식량 지원의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량난이 가시화되기 전에 (남북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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