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좌파 인권단체들 北인권 아직도 쉬쉬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놨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06년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침해행위는 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북한인권 문제를 애써 외면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인권위가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박수 받을 만하다.


인권위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실 기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번 보고서에 대한 친북좌파 단체들의 반응이었다. 이들 단체들은 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도록 음으로 양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물론 그동안 이들 단체들의 행태들을 봤을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이들이 보이는 추태(醜態)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권단체로 알려진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인권위원회’ 두 단체는 이날 공동 논평을 통해 북한정치범수용소 실태조사 보고서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두 단체는 논평에서 “보고서의 전체 내용과는 달리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조사’라는 보고서 제목을 통해 선정적인 내용만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의 실제 내용은 ‘정치범수용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수용시설, 강제송환, 형사법제 등과 같이 제목과는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가 ‘정치범수용소’라는 매우 자극적인 소재를 부각시킴으로써 일종의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그들의 말처럼 정치범수용소의 실태가 사람들을 경악시킬 정도라면 하루 빨리 폐쇄되도록 팔을 걷어 부쳐야지 쉬쉬할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보고서의 제목을 통해 선정적인 내용만을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정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정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것’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조사’라는 보고서 제목이 그들의 눈에는 왜 그렇게 선정적으로 비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그들이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북한의 인권문제의 참혹성을 너무도 잘 보여주기 때문에 흥분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또한 “(보고서에) ‘정치범수용소 5곳 운영’, ‘정치범수용소 수용 정치범 20여만 명’ 등의 주장은, 이미 2002년 통일부, 2003년 미 국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실려 있는 ‘아주 오래된’ 증언들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러한 보고서들도 ‘김정일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한 보수적인 성향의 ‘북한인권’단체들이 주장해온 내용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깎아 내렸다. 


정치범수용소의 존재와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그동안 북한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수차례 지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인권위가 내놓은 보고서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인권위 출범 이후 최초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 상황을 공식 조사해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인권기구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일이다.


논평은 “보수적 성향의 북한인권단체들이 주장해온 내용이 반영된 내용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며 보고서의 공정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 이것뿐인가? 그동안 수십개의 보고서와 책에서 이 문제가 부각돼왔다.


북한 인권 NGO, 탈북자, 국제인권단체에 이어 유엔까지 정치범수용소의 인권 실태를 우려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회의 외눈박이 인권단체들만 현실을 바로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맞춰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인권위로부터 인권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이들은 “인권위가 북한인권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단체에 인권상을 수여한 것은 인권이 가진 의미에 흙탕칠을 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었다.


이쯤하면 도대체 이들이 가진 진정한 의미의 ‘인권’은 무엇인지 상식선에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인권문제에 대해 어떠한 해석이 필요한가? 북한인권에 대해 내재적 접근이라도 하자는 말인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남한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과 시각을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그들은 논평 말미에서 “만약 우려하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가 운영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정치범수용소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수용소가 존재한다면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인권단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보수 성향의 북한인권 단체들의 주장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면 진보를 자임하는 자신들이 직접 조사에 나서면 될 일이다. 비겁하게 헐뜯지만 말고 직접 나서서 보고 듣고 체험해보길 바란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만 1만7천여 명에 달한다. 그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이 겪은 인권문제를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도 모자라면 중국에서 아니면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을 찾아가 보라. 그 수많은 탈북자들이 입을 모으고 거짓 증언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2010년 자칭 진보세력들이 북한인권 실태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을 정말 꼭 한 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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