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좌파에 보내는 호소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우리 사회를 강타한 안철수 신드롬은 결국 변화로 요약된다. 그 대상은 정치권과 국가 지도자이다. 주인공은 무대에서 물러났지만 우리 사회에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는 뜨겁다. 이와 범주는 다르지만 한 386 인사가 좌파에게 보내는 호소가 이념진영에서 진지한 반향을 얻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다. 하 대표는 민족해방(NL)계열 학생운동의 이론적 지도부였던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조통위) 출신이다. 최근 이정희 민노당 대표에게 ‘종북주의 청산’ 공개 호소문을 보내 화제를 모았던 하 대표가 오는 23일 발간 예정인 신간 ‘민주주의 국경이 없다(글통刊)’를 통해 흘러간 유령(무상복지 사민주의와 친북주의)만 추종하는 한국 좌파들의 쇄신을 연거푸 촉구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만 몰려 든다는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노벨상을 꿈꾸다 지하혁명을 꿈꾸게 됐고, 1990년대 후반 탈북자들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하 대표의 드라마틱한 여정은 언론을 통해 몇 차례 조명된 바 있다.


그러나 하 대표 본인은 정작 자신을 ‘전향자’로 보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80년대나 지금이나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동일한 가치를 위해 살고 있으며, 단 그 대상만 바뀌었다는 것이다. 출간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에선 이력서에는 담기지 못 할 그의 농축된 삶의 이력이 담겨 있다.       


하 대표는 자신이 전대협 조통위 시절 소위 문건 작성 책임자로, 북한의 대남(對南) 선동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문익환 목사 사건을 거치면서 주사파와 정서적 단절을 선언했다.


당시 문익환 목사 사망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저자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문 목사는 대중적 통일운동을 위해 범민련 해소를 주장했지만 북한은 자신들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익환은 안기부 프락치다’는 팩스 전문을 남쪽에 발송했다.  


그는 책에서 “문 목사님은 안타깝게도 (북한의) 안기부 프락치 파동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주사파가 주동이 돼 주변에서 모두 프락치라고 몰아부치니 홧병이 생긴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민간 통일운동 지도자를 하루 아침에 안기부 프락치로 몰아세운 북한과 주사파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고 말한다. 


하 대표는 이 책에서 386세대가 80년대 학생운동 논리에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는 80년대 후반, 북한의 실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386세대들이 이 같은 ‘황당한 세계관’을 갖게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 때부터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존재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권유린에 대한 실상이 알려졌다면 그렇게까지 친북열풍이 불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91년 초 강철환, 안명철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 넘어왔지만 북한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설사 알리려했어도 당시 분위기로써는 그런 증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의 대량아사가 있기 전까지 운동권들은 북한이 소련보다 괜찮은 사회주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80년대의 짐을 안고 사는 386세대들에게도 “청년시절 이루지 못한 운동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부채는 오히려 음지를 피해서 양지만 계속 쫓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이젠 그 마음의 부채를 제발 내려 놓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386세대 상당수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양지를 구축했으며 더 이상 그 길이 민중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되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 대표는 용기 없는 보수지식인들의 행태도 지적했다. 그는 “386 운동권의 반대편에 서서 반론을 펴야 할 보수우파의 지식인들은 좌파 지식인들을 이론적으로 견제하는 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용기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보수 우파 지식인들의 용기 부족은 자기 지식의 한계와 연결된다”면서 “그들은 대개 자기가 전공한 전문 분야만 잘 알고 있을 뿐 종합적인 사회운동에 대한 이해는 떨어졌다. 사회운동 전반에 전면적으로 반박하고 판단할 능력을 가진 지식인이 부족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책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고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운동권을 전전하다 귀향해 부산에서 ‘통번역협회 회장’직을 맡으며 국제회의 업무를 도맡아 했고, SK텔레콤 회장실과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열린북한방송을 창업하던 과정을 열거하며 ‘자기 고용은 자신 스스로 창출한다’고 역설한다. 무턱 대고 일을 벌이는 방식은 좋지 않지만 준비된 도전은 작은 성공을 만들고, 그러한 성공이 모여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2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출판 기념 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에는 그의 풍부한(?) 이념적 궤적이 말해주듯 소설가 복거일, 박성현 인터넷문화협회장,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등 좌우를 막론한 대표적인 이론가들이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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