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정보기관 돕다 총살”…국정원 “나 몰라”

▲ 1994년 12월 조·중 국경지역인 중국 투먼(圖們)에서 안승운 목사와 손주복씨, 안기부 과장급 인사와 실무자급 인사로 추정되는 사람(오른쪽부터)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납북자가족모임>

1995년 납북된 안승운 목사를 도왔다는 이유로 10년 전 북한에서 총살된 손주복(1933년생)씨의 딸(46)과 손녀(19)가 2년 전 북한을 탈출해 서울행을 꿈꾸며 제3국에서 떠돌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13일 보도했다.

손 씨는 북한의 엘리트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나와 북한 외화벌이 사업소 지도원이었다. 북한 내에서 소위 잘나가던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그은 것은 안 목사를 만난 1991년. 안 목사의 영향을 받은 손씨는 중국에서 성경과 달러를 들여와 자강도 희천시에서 선교활동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종교활동이 금지돼 있어 손 씨의 가족들은 매우 불안했다고 한다. 손 씨의 딸 영희 씨는 “어머니가 ‘돈도 좋지만 당신만의 문제도 아니고 애들은 어떡하려고 이런 위험한 일을 계속하느냐’고 만류했지만, 손 씨는 ‘내가 잘못되더라도 애들은 다 잘 된다. 한국정부에서 다 잘 봐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손씨는 결국 1996년 3월 선교활동이 발각돼 ‘미제가 체계적으로 길들인 고정간첩’이란 죄목으로 총살됐다. 그 후 손씨의 아내와 아들은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갔다.

이와 관련 손씨가 안 목사뿐만 아니라 안기부(현 국정원)와도 관련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손 씨와 안 목사, 그리고 안기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안기부 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됐다는 증거라는 것.

영희 씨는 이 사진에서 과장급으로 지목된 인물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나중에 꼭 찾아가라, 이 사람 찾아가면 모른다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측은 최 대표가 공개한 사진 속 안기부 직원 두 명의 당시 직책과 직위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신원을 확인해 줄 수 없다. 사진이 공개되면 안 된다”고만 답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현재 손 씨의 딸과 손녀는 2004년 6월 탈북해 한국정부의 무관심 속에 제 3국에서 현지 경찰의 눈을 피해 청소, 식당, 주방일을 해가며 한국으로 들어갈 날만을 애타게 꿈꾸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지난 4월 손 씨 딸에게 구명요청을 받고 국정원에 전달했으나, 국정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안 목사는 1990년부터 중국 옌볜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1995년 7월9일 북한 공작원 이경춘 등 3명의 괴한에게 납치됐다. 현재는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부위원장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민 기자 phm@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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