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정권 바뀌어도 북남합의 성실이행돼야”

“남한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간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26일 자사의 평양 특파원들의 좌담회 형식을 빌어 올해 북한 내외 정세를 돌아보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북한 언론매체는 남한의 대선 후 1주일이 지난 26일까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논평은 물론 대선 실시 자체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전해진 권호웅 내각참사의 사석 발언이나 이러한 조선신보 보도 등의 방식으로남한의 새 정부에 ‘남북간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간접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들은 좌담회에서 올해는 6자회담과 북미관계, 남북관계 등 대외 정세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가시화된 한해였다”고 총평하고 “2008년은 모든 것이 올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전돼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10월4일 남북정상선언이 관계발전의 ‘틀’을 만들었다며 “북남관계 발전에서 내년 이후는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남조선(남한)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북남 간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또 올해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쥐었다”면서 “올해는 동북아시아 국제관계 재편의 기폭제가 된 지난해 10월의 지하 핵시험(핵실험)의 효력을 새삼스럽게 확인한 한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들이 좌담회에서 내놓은 북한의 대내외 정세의 평가 요지.

◇남북관계 = 올해 상반기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외교의 틀 안에 남북관계가 매몰되는 상태가 계속됐다. 2.13합의가 나온 직후 남북 간 분위기가 고조됐다가 방코 델타 아시아(BDA) 동결자금 문제 등 외세와 관계에서 차질이 생기면 주춤거리는 현상이 계속됐다.

6월 평양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에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주석단 문제로 운영 전반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것은 민간 통일운동 전반에 심각한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8월 홍수 피해가 있었을 때 피해 지역에 남한에서 지원한 물자도 많았다. 황해북도의 군인민위원회 위원장들은 남측에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는데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는 동족의식이 확실히 싹트고 있다.

‘10.4선언'(정상선언)의 의의는 남북이 6.15정신을 정치, 군사, 경제, 문화의 각 분야에 구현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평양 시민들의 선언에 대한 기대는 높다. 선언 발표 후 당국과 민간급의 대화와 접촉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우리 (조선신보) 평양지국 기자들이 모든 것을 취재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다. 북남 간 교류가 폭넓고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의 발전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확고하다. 평양 시민들도 12월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크게 주목했다. 남북관계 발전에서 내년 이후는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남한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 간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

◇6자회담.북미관계 = 6자회담의 북한측 대표단은 회담장에서는 원칙을 끝까지 관철하면서 대화와 협상의 주도권을 발휘했다. 대표단 관계자는 2.13합의가 나온 후 “두고 보자, 우리는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여유롭게 말하기도 했다.

올해 정세의 전환 국면이 가시화된 것은 1월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회담이었고, 2월 6자회담에서는 베를린 합의를 바탕으로 2.13합의가 발표됐다. 합의 이행 과정은 일시적인 중단을 겪기도 했지만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의 해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등으로 사태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6자회담의 진전을 북미 양측이 주도하는 구도가 뚜렷이 부각됐다. 논란이 많았던 BDA 문제도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방향으로 해결됐고, 6자회담 합의 이행의 원칙인 ‘행동 대 행동’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고수해온 미국의 태도를 타개하는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는 동북아시아 국제관계 재편의 기폭제가 된 지난해 10월의 지하 핵실험의 효력을 확인한 한해였다.

◇북일관계 = 올해처럼 북한과 조총련의 유대가 강조된 해는 일찍이 없었다. 또 올해처럼 대일감정이 악화된 해도 드물다. 결국 아베 정권은 돌연 붕괴되고 새 정권이 출범했지만 아직 대북정책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아베 정권의 총련 탄압을 비난하는 군중대회가 평양, 원산 등지에서 연이어 열렸다. 일본 비난을 단독 목적으로 삼은 군중집회가 연이어 진행되기는 처음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북한측의 단호한 정책적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경제 역점 = 올해는 북한에서 최근 추진해온 ‘개건 현대화’의 실효성이 적지 않은 부문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한해였다. 생산 현장에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자력갱생으로 부흥의 발판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핵실험 후 북한의 외교적 공세는 국제 정세의 전환적 국면을 마련했고, 그에 따라 국제적 위신은 날로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다음은 경제강국’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수해 복구사업도 놀랄 정도로 빨랐다. 국제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의 분위기, 사회적 기운도 확실히 바뀌고 있다.

연말에 진행된 ‘전국 지식인대회’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대문을 열어젖히는 해’로 정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