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다 붙잡힌 평양의 한 여대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27일 전했다. 수사기관이 면죄용으로 상당한 양의 금액을 요구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이 이날 데일리NK에 전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평양에 사는 한 여대생은 최근 집에서 한국 영상물을 보다가 외부영상물 단속 전담 조직인 109상무에 체포됐다. 이후 109상무는 이 여대생의 부모에게 ‘딸의 죄를 면하고자 하면 뇌물 5000달러(한화 약 600만 원)를 바치라’고 요구했다.
109상무의 노골적인 금전 요구에 여대생의 부모는 곧바로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2300달러(약 270만 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109상무가 요구한 금액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부모는 딸의 처벌을 막기 위해 수사와 관련된 고위간부를 만나 모은 돈을 건넸다.
그러나 이 간부는 ‘나를 무시하느냐’며 받은 돈을 던지고는 이들 부모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이를 알게 된 여대생 딸은 며칠 후 ‘나는 떳떳하다. 내 죽음으로 증명할 테니 돈을 찾아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뒷산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자살한 여대생은 의대를 졸업하고 논문도 쓴 똑똑한 사람이었다”며 “그의 자살과 유서 이야기를 들은 같은 동네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남쪽(한국) 드라마를 보려면 정말 조심히 봐야 한다”면서 “요즘 109상무는 5000달러에는 꿈쩍도 안 해 이제는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바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09상무는 실제 외부영상물 시청 행위 적발 시 주민들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본지는 지난 5월에도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109상무가 한국 드라마를 보다 적발된 삼수군의 한 주민에게 1500위안(한화 약 25만 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한류 단속 고삐 죄는 北…주민에 노골적 뇌물 요구도)
이런 상황에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이 단속 혹은 처벌을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뇌물을 받아 이를 통치자금으로 흡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대학생 등 북한 내 젊은층들은 외부 정보에 상당한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보 부족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대학생들이 가장 외국 것을 궁금해한다”며 “영상물을 보다가 ‘이건 왜 이렇지?’, ‘이건 왜 조선(북한)에 없지?’, ‘외국에서는 왜 이런 것이 유행이지?’라면서 서로 질문하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대학생들은 외국 영화 등 영상물을 보다 들키면 처벌받을 줄 알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본다”며 “이런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북한 대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당국의 눈을 피해 외부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 3월 북한의 대학생들이 당국의 감시·추적 시스템을 회피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영상을 보고 있다는 내부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北 대학생, 휴대전화 ‘인증 회피 프로그램’ 통해 南 영상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