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안기부보다 中 정보기관이 더 골치”

중국 국안(國安·중국 중앙 정보기관)의 대북정보 수집에 대해 북한 양강도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8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삼지연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조직비서가 장군님의 현지지도 일정과 관련된 내용을 중국 측에 넘긴 혐의로 체포되면서 양강도 보위부 내에 중국 국안의 반탐행위를 역추적 하는 소조가 꾸려졌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지금까지 국안 요원들이 중국에 숨어있는 월경자들에게 접근해 ‘붙잡혀 가지 않도록 보장해 주겠다’며 우리나라 상황이나 군사시설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장군님의 현지지도 일정까지 수집할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삼지연 청년동맹 비서 사건으로 보위부가 한국의 안기부뿐 아니라 중국 국안까지 경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지연 청년동맹 비서 사건’이란 지난 3월 4일 김정일의 양강도 방문과 관련, 현지시찰 일정에 대한 비밀내용이 담긴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양강도 삼지연군 청년동맹 조직비서와 가족이 체포된 된 것을 말한다.

양강도 보위부는 공개적으로는 이 사건의 배후에 한국 국정원이 있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 국안의 정보공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3월 16일 양강도 대홍단군 국경에서 한 여성이 밀수 혐의로 국경경비대에 체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여성은 국경경비대 소대장에게 뇌물을 주고 압록강을 건넜지만,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근무시간이 바뀐 다른 군인들에게 체포된 것.

여성을 구금했던 양강도 보위부는 당초 그녀의 몸에서 중국 돈 8천 위안이 나온 점을 근거로 마약 밀수꾼으로 판단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취조과정에서 이 여성이 삼지연군 청년동맹 비서의 처제이며, 그녀가 중국내 친척에게 운반했던 것이 마약이 아니라 밀봉된 ‘문건’이었음이 밝혀져 ‘밀수혐의’가 ‘간첩혐의’로 확대됐다.

특히 처제가 체포된 사실을 알게 된 삼지연군 청년동맹 조직비서가 대홍단군 보위부와 양강도 보위부 간부들을 상대로 수 천 달러 규모의 거액을 상납하는 구명활동을 벌였던 사실들이 포착되면서 사건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소식통은 “사건의 심각성을 판단한 양강도 보위부가 3월 16일 삼지연군 청년동맹 조직비서를 전격 체포해 혜산에 위치한 꽃동지(지역이름)에 있는 초대소에 가두고 강도 높은 취조를 벌였다”며 “심문과정에서 ‘장군님 현지지도와 관련된 자료를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넘겼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양강도 보위부는 청년동맹 비서가 중국측 친척에게 건낸 자료가 ‘김정일 현지지도 일정’과 관련된 문건이라는 점에 착안, 우선 배후에 한국의 국정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중국 공안(公安·경찰)당국에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청년동맹 비서의 친척들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때부터 다른 양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소식통은 “양강도 보위부가 중국 공안에 수사를 의뢰 했지만, 중국 공안에서는 중국에 청년동맹 비서의 친척들이 있다는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다”면서 “도 보위부에서는 중국 공안당국에서 수사 협조를 거부하자 삼지연군 청년동맹 조직비서와 처제의 진술을 바탕으로 중국 국안의 반탐행위로 확신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월 중순에도 양강도 김정숙군(郡)에서 돈을 받고 중국에 비밀정보를 넘긴 협동농장 간부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며 “요즘은 중국이 우리(북한) 비밀을 뽑아내기 위해 밀수꾼들과 무역일꾼들을 매수하는 행위들이 부쩍 늘고 있어 보위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이 ‘안기부 간첩은 잡기 쉬워도 중국 국안 간첩들은 잡아내기가 훨씬 힘이 들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남조선(한국)에 비밀을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경각심을 갖고 있지만 중국 조선족들과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반탐행위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최근 도 보위부 내에서는 중국 국안이나 공안의 공작을 역추적하는 소조가 꾸려졌다”며 “중국은 항상 ‘동상이몽’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남조선에 비밀이 새는 것보다 중국에 비밀이 나가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보위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중국내 체류 중인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보기관 사람들이 월경자들에게 ‘붙잡혀 가지 않도록 배경이 돼 주겠다’며 조선(북한)의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나 사진 촬영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말이 흔하게 나돌아 왔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NGO 관계자도 “극소수의 탈북자들이 중국 정보기관으로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자금 등을 지원받아 북한에 재정착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국경경비대는 돈으로 매수하기 쉽기 때문에 중국 공안의 체포 위험만 없어지면 사실상 자유롭게 북한과 중국을 왕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이들의 경우 손쉽게 밀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금방 큰돈을 모을 수 있지만, 북한의 감시망에 꼬리가 잡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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