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소식 접하는 北간부들, 거대 양당 대선후보 두고 하는 말이…

[주민인터뷰②] 여당 후보에 '호감' 보이고 당선 기대…남북관계 개선 행보에는 '의구심' 드러내기도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연합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원회 전열을 꾸리고 정비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이렇게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자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양 진영 간의 지지율 싸움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데일리NK는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 이달 초순께 북한 양강도, 개성 주민과 각각 남한의 대선과 출마 후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관련기사 보기: 北 주민도 南 대선에 ‘관심’… “누가 되든 우리에게 지원해줬으면”)

일반 서민 계층에 속하는 두 주민은 현재 처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언급하며 북한에 각종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는데, 특히 개성 주민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아픔을 드러내며 전통적으로 대북 유화책을 펴온 여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북한의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간부들은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본보는 최근 참고신문(중앙당 출판물보급부가 국제정세와 관련한 외부의 보도를 그대로 실어 지명 대상 및 부서에 매일 보급하는 신문)을 읽는 평양시 중앙기관 간부와 업무 특성상 외부 인터넷망 이용이 허가된 함경북도 보위일꾼과도 남한 대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긍정 평가하는 북한 내부 간부들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 후보의 당선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다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이고 파격적인 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북한 평양, 함경북도 간부와의 일문일답]

-남한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소식은 어떻게 접하고 있나?

평양시 간부(이하 C): 남조선(남한) 소식은 매일 보급되는 참고신문에 일일이, 정확히 다 뜨기 때문에 참고신문을 보는 간부들은 다 알고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말한다고 잡혀가는 것도 아니라서 간부들끼리는 남조선 대통령선거에 대해 이런저런 평을 하기도 한다.

함경북도 보위일꾼(이하 D): 외부 인터네트망에 접근할 수 있어 그리로 소식을 접한다.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대선후보로 나왔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고, 어떤 인물로 알고 있나? 또 내부에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C: 이재명은 평화 진보적인 당의 후보이니 우리와 손발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재명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빈농 출신이고 소년공이라는 데서 사회주의 이념을 이해할 수 있는 진보적 인사로 인상 깊다.

D: 할 땐 하고 사업 전개력과 주동력이 강한 사나이라는 평가가 많다. 바람쟁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보위일군(일꾼)들은 큰일을 하는 사람이 주색이 없으면 호걸인가라면서 그런 사람이 큰일하고 우리와 말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후보로 나왔다. 그를 두고서는 어떤 평가나 말들을 하고 있나?

C: 윤석열은 수령님의 은덕을 입고 장군님 정책으로 간부하고 원수님 믿음으로 복을 누리다 어디서 툭 튀어나와 갑자기 당을 반대하고 수령의 사상을 거세하려는 배은망덕하고 파렴치한 우리의 배신자처럼 생각하는 사상이 많다. 그저 정치 초보 얼뜨기로 평가한다.

D: 윤석열이 누구이든 천하 신령님의 아들이라도 보수 패거리들이 정권 잡으면 우리는 할 일이 많아지고 골치 아파진다. 윤석열은 검찰 출신이라는 데서 사실 더 하면 안 된다고 우리 보위일군들은 말한다. 고기 먹어본 놈이 고기 맛을 안다고 집권하면 문재인을 감옥에 보내거나 탈북자 쓰레기들을 추동해 반공화국 모략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생각만 해도 시끄럽다.

-지금 내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가? 그리고 그가 당선됐을 때를 가정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C: 이재명이다. 멋대가리 없는 자가 우리나라를 상대하느니 차라리 이재명이 낫다고 말들 한다. 다만 간부들은 이재명이 과격파라고 안다. 즉 언제 어떻게 말을 뒤집겠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문재인처럼 우리나라에 오지는 못해도 경색된 북남관계(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우리민족끼리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사실 증명된 게 없다. 북남관계 회복에서 파격적 행보를 할지는 미지수다.

D: 북남관계가 악화되면 보위부는 벌 둥지다. 편하고 쉽게 가는, 고분고분한 문재인당이 되는 것이 우리는 더 좋다. 그래서 이재명이 됐으면 한다. 그가 개성공업지구 재개 같은 단독 결심을 할 인물이긴 하나 그렇다면 남조선 각계층 내부 반대 세력을 저지할 힘은 있는지, 북남관계 개선에서 문재인과 다른 어떤 더 나은 정책이 있을지, 미국의 허수아비 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뚜렷한 게 없다는 것은 우려된다.

-차기 남조선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C: 미국의 허수아비, 아첨쟁이, 앞잡이가 되지 말고 주권국가답게 당당하게 우리민족끼리 한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정책으로 더는 북남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는 민족을 우선시했으면 한다.

D: 문재인이 다 못한 한반도 평화구축 정책을 계승했으면 한다. 또 적어도 적대시 정책과 반공화국 압살 책동에 앞장서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얼어붙은 북남관계를 교류, 합작으로 평화롭게 풀어나가는 예지를 발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