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사업성 확인해야’, 北 ‘믿음 보여달라’

26일 오후 양각도 국제호텔 대회의장에서 국내 기업인을 대상으로 처음 열린 대규모 투자설명회는 시작 5분전까지 북측 주요 참석자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베일에 가려있었다.
회의 전까지만해도 의례적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회가 시작되자 북측의 풍부한 광물자원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남측 기업인의 깊은 관심과 투자 의지가 설명회장을 순식간에 달궜다. 북측도 이에 화답하 듯 예상보다 진지한 자세로 질문 하나 하나에 성의껏 답변해 이날 설명회는 남한의 기업설명회에 못지 않은 열기를 뿜어냈다.

“경제적 타당성을 충분히 알아야한다”는 남한 기업인들에 비해 “먼저 믿음을 보여달라”는 북한 당국자 사이에 일정한 시각차는 있었지만 27일 준공한 정촌 흑연광산의 뒤를 잇는 제2, 제3의 정촌 프로젝트가 이른 시일 내에 출현할 것이란 전망에 투자설명회가 힘을 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김춘근 부회장은 “실리에 맞게 먼저 투자하려는 파트너를 찾는다”며 “중국, 러시아, 일본 등보다 남측이 먼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남북 협력사업은 이익을 추구하면 잘 되지 않고 민족 공동의 번영과 이익을 목표로 믿음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한 기업인들은 김 부회장을 상대로 투자타당성을 집요하게 따졌다.

김상봉 광업협회 회장은 “북의 광물자원이 풍부해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분명하다”면서도 “사업절차 간소화와 광물 조사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이 “법적절차는 원만히 갖추어져 있으니 사업계획서를 정확하게 만들어 제출부터 하라”고 말하자 강일영 공구협동조합 이사는 “현장실태를 모르니 사업계획서를 만들기 어렵다”며 “현장을 실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현지실사 기회를 달라는 남측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김 부회장은 “수년 동안 여러 차례 기회를 줬지만 진행된 것이 없다”며 “실제 투자할 것이라는 믿음부터 보여달라”고 다시 강조했다.

양측의 공방은 대한광업진흥공사를 대북 자원개발사업의 남측 창구로 단일화해 신뢰를 쌓고 정보도 교환하는 선에서 합의됐다.

북측 인프라도 설명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광열 경수제철 이사는 “해상운송에 있어 애로가 많다”며 육상 수송의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김 부회장은 “남북간에 선박들이 자유롭게 오가면 수송비는 절반 이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빠른 시일내에 당국간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육상운송은 군사당국 사이에 먼저 문제가 해결돼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권오석 카즈칸 대표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조세감면 지원제도를 묻자 김 부회장은 2002년과 2004년에 각각 제정된 외국인투자 지원법에서의 세제혜택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첨단사업과 자원개발은 특히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료 원료인 인회석의 북한내 매장량이 풍부하니 원료와 제품을 주고 받는 협력사업을 진척시키자고 한국비료공업협회가 제의하자 김 부회장은 “우리가 지난해에 남북당국간 회의에서 제기했던 내용”이라며 “구체적 자료를 요구하면 제공할테니 남측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달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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