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북인권결의안 기권에, 北 “민족이니까…”

우리 정부가 작년과 입장을 바꿔 유엔 총회차원의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가운데, 관련 당사자인 북한은 “민족은 민족이니까…”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공동 제출한 대북인권결의안은 20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표결로 붙여져 찬성 97표, 반대 23표, 기권 60표로 통과됐다. 한국 정부는 기권했다.

결의안 당사자인 북한은 한국 정부의 기권에 대해 같은 민족임을 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함께 결의안의 공동제안국 중 하나인 일본은 실망스럽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덕훈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한국 정부의 기권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달리 말을 해서 뭐하냐”면서도 “민족은 민족이니까…”라고 말해 한국 정부의 기권에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이번 결의안을 공동 제출한 일본은 한국의 기권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주재 일본 대사는 “결의안에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진전을 환영하는 내용을 추가해 보완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찬성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권을 해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다카스 대사는 “오늘 아침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가 결정하기 매우 어렵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표결에 앞서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한 각국 입장 발표에서는 북한이 “완전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찬반 주장이 엇갈렸다.

EU를 대표해 결의안 제안을 설명한 포루투갈은 북한에 만연된 구조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가 근절돼야 한다며 폭넓은 지지를 해 줄 것을 회원국에 촉구했고, 일본도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실천에 옮길 것을 촉구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일본의 소수민족 억압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박 차석대사는 미국 등이 인권문제를 국가별로 선택적으로 제기해 타격을 가하는 등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다가 EU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따른 시민들의 희생이나 일본의 소수민족 억압 등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등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회원국들에게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도 북한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