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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융조치와 인권 등으로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과 차별화된 독자노선을 구상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독자노선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에서 조건없는 대북지원과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2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통령의 말은)상황 타개를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하겠다는 점을 북한에 이미 밝혔다”면서 “북한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날짜만 안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 출국에 앞서 안보 관련 부처 고위관계자 회의에서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남북 관계 해법 마련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1일 “6자회담 등 미국에 맡겨만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해 내부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제재가 계속되는 조건에서 남북대화의 성과가 미미한 데다가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화되자 마침내 미국과 분명한 선을 긋기로 한 모양새다. 즉, 독자적인 북한 껴안기로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것.
정부는 미국과의 마찰을 무릅쓰고도 대북 포용에 나설 경우 북한의 신뢰를 높여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도권을 쥐고 북핵문제와 평화체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과 보완적인 관계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성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남한만의 힘으로 북핵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 오히려 미국의 대북압박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을 재차 천명한 것 뿐”이라면서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을 가속화 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화해정책 등을 존중하고,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대북압박에 있어서 조심한 면이있었다”면서 “이번에 정부가 공개적으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은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한미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독자노선 천명은 문제가 있으며, 오히려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면서 “정부는 외교부나 NSC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을 설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한국의 해법은 별다른 해법이 아니다”고 지적한 뒤 “12년 동안 정부의 북한문제 해법이 성공한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100% 실패할 것”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의 독자노선에 기인한 조건없는 지원은 북한정권의 정당성만 인정하게 되고 한미 동맹을 약화시킨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전문가는 “북한문제 해결하는데 해법은 없다”면서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해도 북한은 핵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북한정권이 살아나면 더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