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지원 타미플루 결국 北 간부층 감기 치료제로?

북한 내 신종플루 발병과 관련 우리 정부의 타미플루 등 치료제 지원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들어 대북인도지원의 첫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14일 남북은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타미플루 40만 명 분, 리렌자 10만 명분, 10억 원 상당의 손세정제 지원에 합의하고 이에 대한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신종플루 발생 확인과 지원 방안 모색 지시 이후 일주일 만에 일로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지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긴급성 인도적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필요한 행정적 절차도 신속히 진행하고 전달수단도 가장 빠른 육로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분배투명성을 강조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 타미플루지원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단 분배결과보고서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수혜자인 북한이 이후 어떻게 사용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면 되는 형태로 모니터링이라 볼 수는 없다. 형식상 서류처리라고 보면 된다. 


정부가 보고서로 모니터링을 대체하기로 한 것은 쌀, 옥수수 등 식량과 달리 의약품은 발병자 외에는 필요치 않아 유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신종플루 확진 또는 의심환자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에 직접 확인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판단이 이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졸속 처리는 아닌지, 의약품 또한 전용이나 남용이 가능한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타미플루가 영양제도 아닌데 누가 이것을 먹으려 하겠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제가 비교적 갖춰진 우리 사회에서도 감기 증상을 보이면 무조건 타미플루를 처방 받으려는 집단 심리현상을 보인 적이 있다.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유행을 하면 소위 평양 거주자와 고위층일수록 타미플루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북한 지도층이라도 타미플루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고위험 지역과 고위험군 환자부터 치료제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이 신종플루를 차단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당연한 조치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이 문제다.


북한에서 보건일꾼(약사)으로 근무하다 2002년도 탈북한 이혜경(40) 씨는 “북한에 지원되는 국제사회 지원 의약품이 하부기관까지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우리 정부의 지원품도 평양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즉 발병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경을 맞닿아 있는 신의주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전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 의약품은 북한 사회의 특성상 보급단위에서 한 차례 떼이는 것은 당연한 통과의례이고 의료단위 현장에서 간부에 의해 한차례 더 빼돌려지는 것이 보편화된 형태라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는 건강과 금전적 목표 때문이다.


세계식량계획(WFP)과 대한민국 마크가 찍힌 지원쌀이 포대채 장마당에 등장했던 것과 같이 타미플루가 장마당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분배투명성을 대북인도적지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정부가 대통령의 긴급지원 지시 때문에 인도지원 기준을 스스로 약화시키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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