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키겠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계속되는 ‘몽니’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치고 있어 향후 남북간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남북관계의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2차 개성회담 직후 북측의 임금·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개성공단에 대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대북 ‘역공’(逆攻) 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과도한 임금·임대료 인상을 요구한 것과 관련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그것은 현재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개성공단 안정적 운영’을 전제한 발언이었지만 해석에 따라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비춰지는 만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라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개성공단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동안 북한에 장기간 억류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 해결에 대한 북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며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오던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언행을 그동안 삼가왔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북한이 개성공단의 출입제한·차단 조치를 반복하더니 급기야 남북간 법·계약 무효화까지 선언했을 때에도 정부는 대화 지속의지를 밝혀왔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1일 2차 개성 실무회담 이후다. 당시 접촉에서 북한이 억류직원에 대한 적절한 해명 없이 오직 임금·임대료 인상만을 일방통보하자 정부는 대외적으로 협상 지속의지를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협상의 한계를 직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 2차 개성접촉에도 불구하고 억류직원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해명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정부가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신변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또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실용적 접근법’을 구사하겠다고 밝혀왔던 정부로서는 계속되는 북한의 억지가 입주기업에도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문량 감소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입주기업들이 임금과 토지임대료 및 사용료 인상 등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가운데 정부를 향해 철수를 의미하는 ‘퇴로’를 열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협상 전략에 철수 카드를 집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됨에 따라 북한의 현금 수익을 키워주는 조치를 국제적으로 제한하는 분위기도 반영된 것 같다.
북측의 무리한 임금·임대료 인상 요구가 협상을 전제한 것이라면 대화를 지속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에 집착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북한에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북한이 임금·임대료를 협상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 철수할 준비도 할 수 있다는 강경 입장표명”이라며 “북한이 추후 협상과정에서 계속 고집을 부릴 경우 개성공단 폐쇄 방안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19일 협상에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개성공단은 존폐의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정부의 방침에 반발해 협상 불가 입장을 밝힐 경우 개성공단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